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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만큼 사내에서 엇갈리는 평가는 받는 인물을 찾기도 어렵다. 현대차 노동조합에게 '윤여철'이라는 이름 석자는 반드시 넘어야 할 걸림돌인 반면 정몽구 회장 등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신뢰의 상징이다.
윤 부회장의 이력은 어찌보면 단순하다. 경력의 대부분이 노무관련 업무다. 윤 부회장은 2004년 현대차 노무관리 지원담당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이듬해에는 사장으로 올라선다. 그로부터 3년 후인 2008년 11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노무담당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부터 3년 연속 노조와 무파업 임단협 타결을 이끌어낸 것은 그의 협상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잘 나가던 윤 부회장에게도 시련은 찾아온다. 2012년 1월 울산공장 노조원 분신사망 사건이 일어나자 윤 부회장은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1년4개월만에 다시 돌아온다. 2013년 5월 현대차는 노조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와의 갈등은 커지고 있었고,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안팎으로 곤궁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같은 위기상황에서 정몽구 회장이 빼든 카드는 윤여철 부회장의 재기용이었다. 다시 돌아온 윤 부회장은 "나는 한번 죽었다가 다시 산 사람"이라며 "죽는다는 각오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고, 노조는 윤 부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결국 정몽구 회장이 원하던 결과를 이끌어 냈다. 2013년 9월초 현대차 노사는 임단협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윤 부회장은 대외적으로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취했고, 물밑으로는 노조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적중했다. 특히 노조가 내걸었던 무리한 요구조건을 막았다는 점에서 윤 부회장의 능력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임금 이슈 등과 맞물린 지난해 임단협 역시 '별도 위원회 구성'이라는 묘수로 풀었다. 임금체계와 통상임금 이슈에 대해서는 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합의하면서 큰 틀을 잡았다.
이런 과정에서 보여준 윤 부회장의 강점은 바로 '뚝심'이다. 한번 정해놓은 원칙은 반드시 관철한다는 점은 노사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보는 관점이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목숨 걸고 막겠다"는 표현도 이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다시 윤 부회장을 기용한 것 역시 이런 부분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올해도 어려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임단협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지난해 합의했던 통상임금 관련 위원회 구성을 놓고도 노사간 대립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계열사들과 연대파업을 추진중이다. 윤 부회장의 '뚝심'이 다시 한번 통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