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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법(觀心法).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라는 의미다. 지금부터 10여년전 인기를 끌었던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궁예는 미륵으로부터 이른바 '관심법'을 배웠다며 마음에 들지 않는 주변 인물들을 숙청하는데 사용하곤 했다.
사람의 마음을 잘 파악한다는 것은 조직이나 사회생활에서 더할 수 없는 장점이다. 특히 그 대상이 오너 일가라면 그 효과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인원 부회장은 '관심법'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룹내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한다. 1987년 롯데쇼핑 이사로 자리를 옮긴 이 부회장은 관리와 상품구매, 영업 등 백화점 경영의 3대 요직을 거친후 1997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사장, 그리고 1년만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다.
롯데쇼핑 대표이사 시절 이 부회장은 '의심나면 끝까지 파헤치는' 철두철미함과 불시에 매장을 방문하는 현장점검으로 유명했다. 특히 '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배제하고 내실을 지향한다)'이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론을 바탕으로 소공동 1번지 일대 이른바 롯데타운 건설을 별다른 잡음없이 지휘했다.
이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이 부회장은 지난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는다. 정책본부는 그룹의 전반 경영과 주요사업을 관리하는 핵심조직이다. 주력 계열사 대표에서 그룹 전체를 관장하는 자리로 한단계 더 올라선 셈이다.
그리고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신동빈 회장을 대신해 정책본부를 책임지게 된다. 그룹내 전문경영인으로 부회장까지 승진한 것은 이 부회장이 처음이다. 오너가 맡고 있던 본부장 자리까지 맡는 등 그룹내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에 이어 서열 3위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장기간 최고경영자로 재직하고 있는 배경에는 오너일가, 특히 신 총괄회장의 신뢰가 깔려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리고 이같은 신뢰는 신 총괄회장의 뜻을 가장 잘 헤아리는 능력에서 비롯됐다.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신뢰도는 여전히 높다. 롯데는 제2롯데월드 안전성 이슈가 불거지자 올 1월 안전관리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으로 이 부회장을 선임했다. 이 사업은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이다.
이 부회장은 제2롯데월드 안전성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재개장과 함께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정책본부의 롯데월드타워 입주를 공식 발표하는 등 안전관련 논란을 상당부분 잠재웠다.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경우 당분간 신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이인원 부회장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만 93세인 신 총괄회장은 지난 5월말 직접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하는 등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 장자인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후계경쟁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받는 신동빈 회장의 체제가 완전히 구축되기 전까지 이 부회장의 역할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