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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집·교회'..이인원의 마지막 모습

  • 2016.08.27(토) 18:39

"속마음 내색안해..말없이 떠났다"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생을 마감하기 전날, 지인들은 그가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회사와 교회 등에서 이 부회장과 마지막으로 마주친 이들은 그가 속마음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떠났다며 더욱 침통해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9시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정책본부 건물 26층 집무실로 출근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오전 8시50분에서 9시면 출근해 업무를 봤다"며 "기존의 일정대로 일을 처리했으며 특이할만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께 이 부회장은 이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부하직원과 만나 짧은 얘기를 나눴다.

 

이 직원은 "회사 업무를 손바닥 헤아리듯 잘알고 있는 이 부회장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매출이 잘 나오는지 물었다"며 "늘 그렇듯 힘들다는 내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회사 내에서 '호랑이'로 통했다. "꼼꼼하고 철저한 일지시로 부하직원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면서도, 인간적으로 다정다감한 모습에 직원들 모두 그를 우러러 존경했다"는 것이 롯데 직원들의 설명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간 이 부회장은 외부로 자리를 비웠다가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그의 퇴근시간은 평상시와 다름없는 저녁 7시께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부회장은 퇴근 후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도보로 5분가량 떨어진 교회를 찾았다.

그의 교회 지인은 "오후 7~8시쯤 이 부회장과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결같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 지인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떠나려하지 않았나 싶다. 늘 입가에 자상한 미소를 짓고 다니던 친절하고 착한 이였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교회 지인들조차도 이 부회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 부회장과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이 교회 원로목사는 "5년 전부터 이제는 조용히 쉬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지만 회사사정을 생각해 일을 그만두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며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너무 괴롭다고, 힘들다고했다"고 전했다.

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회사·집·교회' 밖에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회사일과 부인의 간병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주 일요일이면 새벽 5시, 오전 7시, 오전 10시 등 시간대를 불문하고 예배에 참석했다.

교회를 뒤로 하고 집에 들렀던 이 부회장은 저녁 10시께 자택에서 "운동하러 간다"며 30km 가량 떨어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으로 곧장 향했다. 그는 안식처로 삼아둔 양평 전원주택 인근의 길 위에서 다음날(26일) 오전 7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회사와 교회를 불문하고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다정했던 이가 갔다'며 눈물지었다.

 

특히 27일 오전 9시30분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이 부회장의 빈소를 찾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의 영정사진에서 한참동안 눈을 떼지 못한 채 4분여가량 묵념했다. 빈소에 40분 동안 머문 신 회장은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말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7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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