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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동양 M&A]동양 'M&A'로 'M&A' 막는다

  • 2016.03.22(화) 15:15

1000억 삼부건설공업 인수 타진
보유 현금 줄여 단기투자세력 차단 목적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떠오른 ㈜동양이 삼부건설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마친 뒤 유진그룹 등이 이 회사에 대한 경영권 확보 의지를 밝힌 가운데 M&A에 나선 것이다.

 

법정관리에서 갓 벗어나 피인수 대상이 된 기업이 다른 기업 인수전에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내부 보유 현금을 축소해 인수 매리트를 줄임으로써 단기투자세력의 공격을 막아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동양은 22일 "기존 사업부문 수익성 개선과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14일 삼부건설공업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양 측은 다만 "인수의향서 제출 단계는 법적 구속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추후 예비입찰 참여 등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삼부건설공업은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삼부토건의 자회사다. 삼부토건 회생계획안에 따라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고강도 콘크리트 파일(PHC, 건축물 지하의 지반을 강화하기 위해 박는 철기둥) 제조업체다.

 

투자은행(IB)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부건설공업 인수전에는 동양을 포함해 6곳이 나섰다. 이 회사의 매각 가격은 1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예비입찰 마감은 28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동양의 주주총회(30일) 이틀 전이다.

 

동양은 지난 2013년까지 파일사업부를 운영했다. 법정관리 중 이를 외부에 매각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자회사였던 동양시멘트에 넘긴 뒤 동양시멘트를 통째로 매각한 바 있다. 동양은 삼부건설공업을 인수하면 건설·플랜트 사업부문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특히 동양은 삼부건설공업 인수 추진은 인수합병 시장(M&A)에서 피인수 대상으로서의 매력을 떨어뜨리겠다는 계산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업게의 관측이다. 내부 현금을 소진하게 되면 현금을 탐내는 투기적 기업 사냥꾼 세력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동양은 법정관리 중 동양시멘트 매각 등을 통해 약 5000억원의 내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은 현금 소진 차원에서 삼성금융프라자 빌딩, PCA타워, 상암동 팬텍 본사 등의 사옥 매입을 추진하다가 일부 주주들의 반대로 인수를 포기한 상황이다.

 

김용건 대표이사 등 동양 경영진은 공공연히 "향후 매물로 나오는 레미콘 공장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곤 했다.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현금을 쓰겠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지지도 확보해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이 사옥을 사거나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현금을 써버리면 인수합병 매물로서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동양 경영진이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지킬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기업가치가 손상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동양은 오는 30일 주총을 앞두고 유진그룹, 파인트리자산운용 등과 의결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양 지분 10.01%를 보유한 유진그룹과 2대주주인 파인트리는 각각 이사수 증원(현 10명→16명 등) 및 이사 추천 안건을 내걸고 경영권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 정진학 유진기업 사장은 이날 간담회를 열어 "동양 지분율을 25%까지 높일 것"이라며 "'단기수익이 실현되면 매도할 것'이라는 일각의 오해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유진 측 동양 이사 후보인 오주성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부대표는 동양의 삼부건설공업 인수 시도와 관련 "아직까지 사업적 시너지나 인수가격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사로 참여하게 되면 적정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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