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경영권을 인수하겠다는 유진그룹의 목표를 가로막는 `산`이 있다. 최대주주 자리를 놓고 유진과 엎치락뒤치락 하고있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파인트리운용은 지난 22일 동양 지분율 10.03%로 늘리며 다시 동양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유진은 동양 지분을 추가 매입해 지분율 10.01%의 최대주주로 올라선지 닷새만에 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파인트리운용은 동양 지분매입 이유에 대해 유진과 같은 '경영 참여'라고 공시했다. 다만 유진그룹의 경영참여 목적과는 차이가 있다. 유진그룹은 레미콘 사업 등 동양의 사업에 직접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반면 파인트리는 경영 참여 목적을 '주주권익 제고'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파인트리 관계자는 "동양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대주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도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판단했다"며 "이를 위해 이사회 참여 등 정관변경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파인트리 역시 오는 30일 동양 주주총회에 이사회의 이사 수를 늘리고 자사 관계자를 이사로 선임할 것을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파인트리자산운용은 지난 2009년 10월 설립된 이후 투자일임업을 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이 회사 지분 59%를 갖고 있는 파인트리파트너스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02년 설립됐으며 구조조정투자자문 사업을 펼치고 있다. 파인트리는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NPL(Non Performing Loan, 부실채권) 시장 및 구조조정 시장에 투자하는 전문 회사다.
파인트리운용 역시 부실채권 및 부동산 펀드 운용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파인트리운용은 현재 18개의 부동산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이 운용하는 펀드와 투자일임자산에서 취득한 부실채권 규모는 약 3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파인트리운용은 금융위원회 출신 임수현 대표가 이끌고 있다. 임 대표는 미국 미주리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 금융위 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 운용사는 이헌재 전 부총리와 관계가 있다는 말도 돈다.
파인트리운용의 운용자금은 총 800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이 가운데 약 2000억원은 국민연금으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인트리운용은 지난해 2월 국민연금 국내대체투자 NPL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M&A 시장에서는 지난해 말 동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27일 진행된 동부건설 매각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한 파인트리운용은 3일 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허가를 받았다.
당시 시장에선 파인트리운용이 동부건설의 알짜 자산인 동부익스프레스를 비롯해 동부하이텍 지분 등을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파인트리운용은 동부익스프레스 매각 문제 등 매각 주간사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이 불발, 동부건설 인수에 실패했다.
같은 시기, 파인트리운용은 법정관리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알짜 기업으로 거듭난 동양에도 관심을 갖고 이 회사 지분 매입을 시작, 주요 주주자리를 꿰찼다. 이후 지금까지 유진그룹과 최대주주 자리를 두고 지분 매입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동양은 동양시멘트 등 주요 계열사 매각으로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M&A 시장에서의 매력 요인으로 꼽힌다.
유진 입장에선 동양의 주요 주주인 파인트리운용은 지분 확대를 위해 필요한 협상 대상 중 하나다. 하지만 파인트리와의 지분 매입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파인트리의 공식 입장 확인도 여의치 않아 유진의 동양 경영권 인수는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파인트리운용은 관계자는 "동양 지분의 추가 매입 여부나 유진그룹과의 협상 등은 동양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진-파인트리, 동맹 가능성은? 오는 30일로 예정된 동양 주주총회 핵심 안건은 이사 수를 기존 10명에서 16명으로 늘리고 유진그룹이 추천한 이사 3명(오주성·오영석·최종성)과 파인트리자산운용 추천 이사 3명(이의성·박성하·조인석)을 신규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다. 주주총회 소집일 기준 유진(8.88%)과 파인트리(9.15%)의 동양 지분율은 약 9% 수준에 불과, 70% 이상의 의결권을 소액주주가 보유한 만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따라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특히 유진과 파인트리가 지분 경쟁을 펼치고 있지만 정관 변경이란 공통의 목적이 있어 주총을 앞두고 양사가 협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