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이 ㈜동양 경영권 인수를 통해 레미콘 업계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진학 유진기업 사업총괄 사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동양 경영권 인수를 통해 경상권과 강원권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 전국 사업망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레미콘 업계에서 확고한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 사장 등 유진 경영진과의 일문일답이다.
-유진그룹이 동양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궁극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레미콘 업계에서 국내 1위를 하고 있지만 삼표를 비롯한 경쟁사와의 격차가 크지 않은, 불안한 1위다. 전국에 레미콘 공장이 대략 1000개 가량 있는데 이중 유진기업은 30개, 동양이 24개 정도 공장을 갖고 있다. 유진의 전국 기준 시장점유율은 7%, 수도권은 사업망이 집중돼 14%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동양은 유진이 취약한 경상과 강원 지역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 기준 점유율은 1~2% 수준이다. 유진과 동양이 한 가족이 되면 전국 단위 사업망을 확보하고 2위와 격차를 넓혀 레미콘 업계에서 확고한 1위를 차지할 수 있다.
-레미콘 사업 1위만을 갖고 기업의 비전과 시너지를 얘기하기엔 부족하다. 동양 경영권을 인수한 뒤 실질적으로 동양 주주들에게 어떤 주주가치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나.
▲건설경기가 장기침체에 접어든 상황에서 레미콘 시황은 내년부턴 답보 혹은 하향세로 접어들 전망이다. 다만 유진과 동양은 중복된 지역에서 공장을 갖고 있지 않고, 전국에 퍼져있기 때문에 규모 경제 측면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외에 건자재 유통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국내 리모델링 시장은 50조원 규모이고, 향후 주택시장 신축에서 리모델링 및 재건축으로 중심이 이동할 것이다. 이 경우 골조만 남겨놓고 석고보드 등 대부분의 건자재를 교체하는데 이 수요가 연간 50조원이라는 계산이다. 반면 레미콘은 7조8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자재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려는 이유다.
건자재사업에서도 동양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레미콘은 제조업과 물류업이 혼합된 사업이다. 현재 유진의 레미콘 운반 트럭은 1000대, 동양은 400대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런 장비를 합하면 효율화를 꾀할 수 있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시너지 효과에 대한 구체적 수치가 있나.
▲구체적 수치를 밝히기는 조금 어렵다. 내부에서 연구 검토를 한 결과 경우에 따라 유진과 동양이 갖고 있는 부지를 유통 사업에 활용해 새로운 건자재 사업 쪽으로 전개할 수 있다는 등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오주성 유진프라이빗에쿼티 부사장)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것처럼 레미콘을 확장해 전국망을 갖추면 구매력이 커진다. 주 원재료를 공급하는 시멘트사와의 협상력을 높인다는 것 자체가 동양 경영권 인수 전후의 가장 큰 차이다. 구매력이 크면 클수록 협상 테이블에서의 위상이 높아져 수치화되지 않더라도 시너지는 클 것이다
-처음 동양 지분을 매입할 때 ‘단순투자’라고 공시했는데, 올 들어 ‘경영권 참여’로 입장을 바꿨다. 그 과정에 어떤 판단이 있었나.
▲(오 부사장)경영권에 관심이 있어 지분을 취득한 것은 맞다. 하지만 처음 5%를 취득했을 당시 동양은 법정관리 상태여서 주주권한이 제한된 상황이라 경영참여 여부를 얘기할 수 없었다. 법정관리를 어떻게 졸업할지 알 수 없어 단순투자로 공시할 수밖에 없었다. 동양이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 주주 역할을 할 수 있어 경영참여로 목적을 바꾼 것으로 보면 된다.
-법원이 동양 법정관리 상태에서 정관을 바꾼 것은 인수합병(M&A)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유진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 현 동양 경영진들이 확보하고 있는 약 4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갖고 다양한 사업을 펼칠 예정인데 현실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실제 동양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경영권 인수에 대한 의지는 강력하다. 언론 등을 통해 ‘단기 수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 혹은 ‘먹튀(먹고 도망가다)’ 아니냐 이런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절대 이런 게 아니다.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유상감자를 제안했는데 법령 상 몇 가지 부족한 부분 때문에 주총 안건에 상정되지 못했다. 실제 유상감자를 통해 유진이 얻을 수 있는 금액은 260억원 정도인데 이 돈을 다시 동양 지분 매입에 재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한 바 있다. 그 만큼 경영권 확보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얘기다.
지금은 법원의 정관 변경 때문에 이사 한명도 선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진그룹 입장에선 동양 지분 매입에 투자한 금액이 적지 않은데 경영 현안이나 의사결정에 참여도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이에 일정 부분 이사를 진입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주총 안건에 상정한 것이다.
이사가 선임된다고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분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주주들에 대한 지분 인수나 경우에 따라선 대규모 주식을 거래하는 블록딜도 할 수 있다. 장내에서 주식 매입도 가능하다. 여러 경우의 수를 모두 열어두고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 경영진이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
▲동양은 소액주주가 많아 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부족이 우려되지만 동양 경영진은 '섀도 보팅'(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 투표권을 예탁결제원이 임의로 행사하는 제도. 이를 통해 회사가 주총 결의 성립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것)을 배제했다.
또 주총이 무산될 것을 대비해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을 이사회 보고로 갈음했다. 동양은 이전까지 한번도 이사회 보고로 관련 사항을 갈음한 적이 없다. 현재 동양 측에서도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고 있는데 대리행사 안내문에 ‘유진이 단기투자회수를 원하고 있으니 반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진은 단기투자 목적이 아닌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이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유진의 경영권 참여를 방해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양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동양 주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 같다. 일각에선 유진이 동양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는데.
▲지분매입은 주요 주주들과의 협상을 통해 접점을 찾아 인수하는 방법, 주식수가 많은 사람들과 블록딜 하는 방법,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모든 방안을 적절하게 합리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유진에서 동양 주가를 인위적으로 누르고 있다는 부분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우리는 동양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만 했고 매도한 적이 전혀 없다. 어떻게 주가를 누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 같은 오해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지분 확대 계획이나 구체적인 목표치가 있나. 동양 경영진과 협의점을 찾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는가.
▲현재 동양 지분율은 10% 정도이며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향후 최소 25% 전후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본다. 동양 경영진과의 타협 부분은 계속 노력하고 있다
-추가 지분매입 할 만큼 자금 여력이 충분한가. 15% 정도의 지분을 추가하려면 1200억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25%라고 단정 짓긴 힘들다. 25% 이하로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고,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해도 경영권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다만 25% 정도를 적정한 선으로 판단한 것이다.
추가 지분을 매입할 자금 여력은 충분하다. 현재 보유한 현금과 인수금융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을 검토해 가장 저렴하고 적절한 방법을 통해 지분을 매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