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주안점을 뒀던 양적 성장 전략을 버리고 미래 전략으로 고급차와 친환경차를 선택했다. 지난 2011년에 이은 또 한번의 질적 성장 선언을 한 셈이다. 하지만 내용과 상황이 그때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는 양적 성장의 성공에 기반한 내실 다지기가 목표였다. 지금은 양적 성장 정체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기가 목표다. 고급차와 친환경차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의 전략 변화에 담긴 의미와 내용,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기아차와 함께 총 28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울러 '제네시스'라는 독자 브랜드로 고급차 시장을 겨냥한 만큼 '현대'브랜드는 점진적으로 친환경차 브랜드로 육성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친환경차 육성을 통해 브랜드는 물론 트렌드까지 잡겠다는 생각이다.
◇ 대세가 된 '친환경차'
현대차의 친환경차 역사의 시작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액화천연가스(LPG)을 내연기관으로 사용한 LPi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가솔린과 모터의 결합이 대세였던 하이브리드카 시장에 처음으로 내놓은 LPG 기반 하이브리드 모델이었다.
다음해인 2010년에는 전기차 '블루온'을 내놨다.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후발주자에 속한다. 친환경차는 기술력 확보가 핵심이다. 후발주자는 기술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차는 당시 이런 어려운 조건들을 뚫고 잇따라 친환경차를 선보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현대차는 꾸준히 친환경차 기술 확보에 주력했다. 그 결과 현재는 하이브리드카는 물론,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는 이미 양산 모델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경쟁에 뛰어든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그 전까지의 친환경차 모델들은 일종의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
▲ 자료:IHS. |
현대차가 친환경차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갖고 주력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이다. 당시 연비 과장 논란이 불거지며 현대차는 곤혹스런 시간을 보냈다. 이에 현대차는 연비를 높이고 친환경차를 확대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오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라인업을 22개까지 확대키로 했다. 또 2018년까지 친환경차 등 완성차 부문에 51조6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여기에 작년 폭스바겐 사태가 불거지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관심이 친환경차에 쏠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로서는 친환경차 육성을 위한 명분과 기회를 모두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기아차와 함께 총 28개로 확대키로 했다. 자신감의 표현인 셈이다.
친환경차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IHS에 따르면 현재 가장 대중적인 친환경차인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2014년 184만대 판매에서 오는 2020년 394만대로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도 2019년 100만대 돌파에 이어 2020년에는 139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는 하이브리드카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6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 친환경차 육성의 또다른 이유
현대차가 친환경차 육성에 사활을 거는 것은 단순히 시장 전망이 밝아서만은 아니다. 브랜드 전략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는 현재 '제네시스'를 독자 브랜드화 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고급차 브랜드다. 벤츠와 BMW 등과 같은 고급차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렇게되면 기존의 '현대'브랜드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현대'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선언했다. '현대'브랜드는 대중차, '제네시스'는 고급차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현대' 브랜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러나 '현대' 브랜드를 버릴 수는 없다. '현대'브랜드는 지금껏 현대차의 근간이 된 브랜드다. '현대'브랜드가 갖는 역사성과 정체성을 하루 아침에 버린다는 것은 곧 현대차가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만큼 '현대' 브랜드가 가지는 가치는 중요하다.
▲ 현대차는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면서 기존의 '현대'브랜드에 대해서는 중점 분야를 친환경차로 옮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현대'브랜드는 친환경차 중심의 대중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계획이다. |
이에 따라 현대차는 '현대' 브랜드를 친환경차 브랜드로 육성할 생각이다. 기존의 가솔린과 디젤 내연기관 중심에서 친환경차 중심으로 핵심 모델을 옮겨가는 전략이다. 이렇게되면 트렌드에도 부합함과 동시에 '현대' 브랜드를 지킬 수 있다. 현대차로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이고 있는 친환경 모델 '아이오닉' 시리즈도 '현대' 브랜드 아래의 하위 브랜드 개념이다. '제네시스'와 같은 독자적은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차 라인의 한 브랜드로서의 기능을 담당한다. 전제는 '현대', 하위는 '아이오닉'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 일각에서 '현대'브랜드를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는데 그럴 일도, 이유도 없다"며 "'현대'브랜드는 지금껏 현대차를 지탱해준 브랜드인데다 향후 다양한 방법으로 내용을 바꿔가며 새롭게 진일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있어서 근간이 되는 브랜드"라고 강조햇다.
◇ 글로벌 2위 목표 가능할까
현대차는 친환경차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2위를 목표로 삼았다. 업계에서는 다소 공격적인 목표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은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오랜 기간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매진해온 데다 시장도 확보한 상태여서 후발주자인 현대차가 상대하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다.
실제로 지난 2014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도요타의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그 뒤를 혼다(14.7%), 르노-닛산(8.2%) 등 일본 업체들이 전체 친환경차 시장의 82.5%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친환경차 중장기 로드맵을 바탕으로 예정된 수순에 따라 개발을 진행중에 있다. 최근의 아이오닉 시리즈도 이 로드맵에 맞춰 출시된 모델들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현대차의 경우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전기차, 하이브리드카,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모든 모델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단기간 내에 친환경 기술을 대거 개발, 확보했다는 의미다.
▲ 현대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누우 2.0GDI 엔진'(왼쪽)과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 |
현대차가 친환경차 개발에 있어 자신감을 내비치는 데에는 독자 기술의 힘이 크다.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LF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에 채택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도요타와 GM 등이 사용하는 복합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구조는 간단하면서 효율은 뛰어나다. ‘누우 2.0 직분사(GDI)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도 현대차가 독자기술로 만들어 낸 작품이다.
수소연료전지차의 경우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도요타가 '미라이'를 선보이며 추격에 나섰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현대차가 더 앞섰다는 평가다. 작년 미국 자동차 전문 미디어 워즈오토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의 파워트레인을 사상 처음으로 '2015 10대 최고 엔진'으로 선정했다.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는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반드시 이뤄내야 할 분야"라며 "현대차는 비록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기존의 완성차 생산에서 축적한 각종 기술력과 친환경차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소기의 성과를 낼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