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 출시를 통해 반전을 꾀한다. 여기에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파격할인을 실시, 올해 마지막 스퍼트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 실패한 크루즈에 다시 기대를 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오는 6일부터 사전계약을 시작한다. 이 모델은 기존 크루즈보다 27% 향상된 차체 강성과 경량화를 이뤘고, GM의 최신 1.6리터 CDTi 디젤 엔진과 3세대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황준하 한국GM 차량 구동시스템 총괄 전무는 “올 뉴 크루즈에 고성능 및 고효율의 파워트레인 조합을 더해 국산 준중형차 뿐 아니라 독일산 경쟁차와 견줄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며 “우수한 주행성능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크루즈와 말리부 디젤 모델의 명성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루즈 디젤 모델이 짊어진 무게는 남다르다. 앞서 올 3월 출시된 가솔린 모델은 실패의 쓴 맛을 본 탓이다. 크루즈는 출시 첫 달 2147대 판매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이후 매달 가파른 판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 10월에는 297대에 그쳐 출시 8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에어백 등 품질 결함에 따른 출고 지연과 가격 논란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를 두고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트림별로 최대 200만원을 인하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반떼 등에 밀리며 존재감을 잃고 말았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크루즈 디젤 모델 가격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다만 한국GM은 사전계약 시작과 함께 가격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크루즈는 중형 세단인 말리부와 함께 한국GM 세단 라인업의 중요 모델 중 하나다. 한국GM은 올 뉴 크루즈 출시를 통해 전년대비 판매 성장세를 기대했지만 신차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했다. 한국GM은 전통적으로 디젤 모델에 강세를 보였던 만큼, 크루즈 디젤을 통해 판매량이 월 1000대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이 내부적으로 크루즈 디젤 모델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 모델마저 실패한다면 실제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흘러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연이은 초강수, 이번에는?
크루즈 뿐 아니라 한국GM 전 차종의 내수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10월 내수 판매량은 7672대로 전년 동기대비 54.2% 급감했고, 올해 누적대수 역시 11만176대로 23.9% 감소했다.
구매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한국GM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경쟁 업체들이 판매 촉진을 위해 사은품 및 추첨 이벤트, 일부 모델과 고객에 한해 10만~50만원 수준의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GM은 100만원 이상의 가격 할인 혜택을 올 5월 이후 매달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내수 시장에서의 부진이 계속됐고, 결국 통상 연말에 제공하는 한 해 최고 구입조건을 한 달 앞선 이달부터 연말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 뉴 크루즈는 구입고객 중 선착순 2000명을 대상으로 취등록세 7% 및 1년 자동차세에 해당하는 최대 250만원 할인, 혹은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말리부는 콤보할부로 최대 200만원 할인과 저리 할부, 스파크와 더 뉴 트랙스에는 100만원 할인 혹은 36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카허 카젬 사장이 수익성 개선을 중심으로 한 경영을 선언했지만 판매 회복이 최우선 과제인 탓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차량 판매 시 제공되는 할인 혜택 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지금은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며 "이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혜택 제공 시기를 앞당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