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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받은’ 현대오일뱅크, 또 ‘일내나’

  • 2018.05.22(화) 16:42

[어닝 18·1Q]정유 리그테이블
‘지존’ SK이노베이션 이어 영업이익 2위에 랭크
GS칼텍스·에쓰오일 힘겨운 출발…자존심 생채기

낯설다.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가 영업이익 순위표에서 ‘지존’ SK이노베이션 다음에 위치한 것을 보며 하는 말이다. 지난해 사상 첫 1조원대 영업이익을 냈던 현대오일뱅크가 제대로 필 받은 모습이다. 영업이익율 역시 1위 자리를 꿰찼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S-Oil) 등 4개 정유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31.4% 감소했다. 또 작년 2분기(9780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4개사 모두 두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우선 정유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생산비용을 제외한 값)은 작년 9월 평균 배럴당 9.1달러로 정점을 찍고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 3월 7.4달러로 축소됐다.

유가 변동성이 큰 것도 문제였다. 유가가 출렁거리면 재고평가이익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최근 유가 상승 추세와 달리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두바이유의 경우 작년 12월 평균 배럴당 65달러에서 올해 1월 평균 69달러까지 급등한 뒤, 2~3월 동안 6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원유를 사들일 때 가격보다 팔 때 가격이 떨어진 것.

여기에 원화 강세까지 겹쳐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작년 1분기 평균 115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4분기 1100원대에 이어 올 1분기에는 1070원대로 떨어져 수출에서 오는 이익도 감소했다.

비정유 부문의 윤활유만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수익성이 좋은 고급 윤활기유 제품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전 세계에서 설비 투자가 적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4개 정유사들은 정유·석유화학 부문의 전반적인 부진 속에서 유독 윤활유 부문에서 만큼은 선전했다. SK이노베이션(올 1분기 영업이익 1286억원)이 1년 전에 비해 36%,  GS칼텍스(663억원)가 44% 확대됐다. 에쓰오일(841억원)과 현대오일뱅크(310억원)도 각각 0.3%, 16.0% 상승 추세를 보였다는 점이 위안거리였다. 
 


좋을 게 없는 외부환경에 정유업계 최강자 SK이노베이션이라고 배겨날 리 만무하다. 정유과 화학부문에서 스텝이 꼬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이 12조1661억원으로 2분기 연속 12조원대를 달성했지만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더 뒤쳐졌다. 영업이익 7116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9.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포인트 하락한 5.8%에 머물렀다. 

비록 출발은 좋지 않았지만 ‘지존’의 자리를 굳건히 점은 위안거리다. 특히 2위와의 격차도 3980억원, 무려 2배를 넘는다.

반면 올 1분기 ‘넘버2’가 자타 공인의 GS칼텍스가 아니다. 업계 후발주자 현대오일뱅크다. 영업이익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3138억원으로 2위 자리를 꿰찬 것. 4개사 중 가장 낮은  11.6%의 하락률로 그만큼 다른 정유사에 비해 선전했다는 의미다. 영업이익률의 경우에는 6.6%로 가장 높았다. 

정유업계는 현대오일뱅크의 선전 비결을 고도화 비율에서 찾는다. 값싼 중질유(벙커C유)를 분해해 휘발유와 경유 등을 생산하는 고도화비율이 현대오일뱅크는 39.1%로 GS칼텍스(34.9%), SK이노베이션(23.7%), 에쓰오일(22.1%) 등 다른 정유사들에 앞선다.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2014년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것도 이 고도화 설비 때문이다.

GS칼텍스로서는 자존심에 생채기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영업이익 2조16억원)만 보더라도 현대오일뱅크(1조2600억원)을 압도했던 것을 떠올리면 말이다.

GS칼텍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807억원. 1년 전에 비해 52% 감소하며 반토막이 났다. 이로인해 영업이익률도 3.6%로 업계 최하위다. 정유·화학업계를 강타한 유가·환율 악재에다 정기보수에 따른 일부 생산설비 가동중단까지 겹쳤다. GS칼텍스로서는 갈 길이 바빠졌다.

에쓰오일도 무거운 첫 걸음을 뗐다. 에쓰오일 또한 올해 초 진행된 주요 공정 정기보수에 발목이 채이고 말았다. 영업이익이 23.4% 축소된 2555억원에 머물렀다. 작년 3분기(5530억원) 이후 2분기 연속 뒷걸음질치며 작년 2분기(1170억원)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로인해 영업이익 순위표 최하단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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