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웅."
지난 23일 찾은 SKC 울산공장. 공장 부지 40만㎡ 위에 20~60m 높이로 쭉 늘어선 증류탑들이 묵직한 소리들을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이 시설들은 24시간 쉴새없이 온도를 높여 친환경 프로필렌 옥사이드(HPPO)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순도를 높인다.
김성호 SKC 울산생산기술팀장은 "가동률을 매년 100%에 육박하게 HPPO 공장을 운영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우리 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지난 23일 찾은 SKC 울산공장에 늘어선 증류탑들. /사진=SKC 제공 |
◇ 신기록 제조 '요람'
SKC 울산공장에는 '최초' 수식어가 여럿 달려있다. 울산공장은 지난 199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프로필렌 옥사이드(PO) 상업 생산에 들어갔다. 또 SKC가 세계 최초로 상업화에 성공한 HPPO 기술이 2008년부터 처음으로 적용되기도 했다.
자동차 내·외장재, 가전제품 단열재, 의류 등 다양한 곳에 쓰이며 '만능 플라스틱'이라 불리는 폴리우레탄 원료 PO를 깨끗하게 만드는 기술이 바로 HPPO공법이다. 과산화수소로 화학 제품을 만들어 물 이외에 부산물이 나오지 않는다.
울산공장은 1년에 31만톤의 PO를 생산한다.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약 13만톤을 HPPO 공법으로 만든다. 상업 가동에 들어간지 10년 동안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SKC 관계자는 "SKC는 2000년대 중반부터 친환경 PO 공법에 주목했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HPPO 공법은 시범 단계였고, 상용화된 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산화수소에서 산소 분자를 떼어내어 프로필렌에 붙이는 방식이라 화학식만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까다롭다"고 강조했다.
◇ 글로벌 진출 '첨병'
이같은 울산공장의 안정적 HPPO 생산 능력은 중국 석유화학기업 QXTD(ZIBO QIXIANG TENGDA CHEMICAL), 독일 화학기업 에보닉(EVONIK), 독일 엔지니어링기업 티센크룹인더스트리얼솔루션스(tkIS)과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 설립할 현지 합작법인의 밑거름이 됐다.
HPPO 원천 기술을 가진 에보닉이 울산공장의 안정적 가동 능력을 눈여겨 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마침 해외시장 확대를 생각하던 SKC와의 이해관계도 맞았다.
▲ 이완재 SKC 사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달 6일 중국 산둥성 쯔보시에서 열린 HPPO 프로젝트 합작 MOU 체결식에서 마이클 트랙슬러 에보닉 사업총괄(왼쪽 첫 번째), 츠청쥐 QXTD 회장(왼쪽 두 번째), 피터 씨븐 티센크룹인더스트리얼솔루션스 부문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SKC 제공 |
이에따라 SKC는 울산공장에서 다져진 HPPO 공정 운영 노하우를 합작법인에 제공하게 된다. 독일 기업은 원천 기술을, QXTD는 PO 원료를 공급하며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구조다. 합작법인은 이르면 2021년 상반기부터 HPPO 공법을 활용해 연간 PO 30만톤을 생산한다.
SKC는 합작법인이 들어설 공장 부지를 울산공장과 같은 생산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앞으로 PO를 원료로 하는 프로필렌글리콜(PG) 생산시설도 함께 구축한다. PG가 쓰이는 화장품, 약품 수요가 늘면서 중국시장 성장률이 연 6%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가로 SKC와 일본 미츠이화학 합작사 MCNS와 함께 폴리우레탄의 원료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 생산시설까지 함께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는 중이다.
또 중국 합작 법인을 넘어 글로벌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동남아시아나 중동에 제 3의 생산거점을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SKC가 공언한 '2025년까지 글로벌 PO 생산량 100만톤 달성' 계획의 일환이다.
하태욱 SKC 화학생산본부장은 "현재 화학사업은 글로벌로 진출해 외형을 키우는 동시에 울산공장의 경쟁력 역시 높여나가고 있는 중"이라며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딥체인지를 성공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