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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화되는 최태원 경영의 키워드 '사회적 가치'

  • 2019.05.21(화) 15:08

측정시스템 마련…인사고과 반영비율 높여
재무제표 형태로 공개 방안 모색중 

기업이 얼마나 경영활동을 잘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준중 하나로 회계장부의 순이익이 꼽힌다. 물건과 서비스를 판 가격의 총합인 매출액에서 인건비, 판매·관리비 등 비용을 제하고 온전히 회사가 손에 쥔 금액이기 때문이다. 순이익은 회사 수익과 비용이 나열된 손익계산서 가장 끝단에 위치해 '싱글 바텀 라인(Single Bottom Line, SBL)'이라고도 불린다.

순이익은 성장의 잣대로 작용한다. 기업은 전기 및 전년동기대비 더 많은 돈을 벌어야 임직원을 늘리고 설비투자를 더해 몸집을 키운다. 여기에는 기업이 영속적으로 커져야 임직원뿐만 아니라 사회 발전에도 공헌한다는 믿음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업의 가치를 회계장부에 기입된 숫자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환경 개선, 일자리 기여 등 기업이 사회에 공헌한 무형의 헌신 역시 수치화해야 한다고 믿는다. 기업 수중에 있는 물질적 화폐 너머에 사회발전의 답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가 사회적 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해 장부상 순이익 밑단에 집계할 수 있게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 DBL)' 경영을 2016년부터 추진하는 이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순차 발표

SK그룹은 21일 서울 종로구 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16개 주요 관계사가 창출한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강조한 일환이다.

계열사별 사회적 가치 성적표는 실적 발표회 발표, 지속가능보고서 기재 등의 형식으로 나온다.

사회적 가치는 임직원 승진 당락도 가른다. 올해부터 회사 인사고과 기준치인 핵심평가지표(KPI)에 사회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로 확대된다. 기존에는 KPI에서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 등의 경제적 가치만이 고려됐다. 그룹 계열사들이 사회적 가치를 적극 창출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이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사회적가치 약칭)위원장은 "SK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측정 결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그룹 제공

사회적 가치는 크게 3대 분야로 나뉜다. 고용·배당·납세 등 기업활동을 통해 경제에 기여한 가치(경제간접 기여성과),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생산 및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비즈니스 사회성과), 지역사회 공동체 대상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사회공헌 사회성과) 등이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 등 일부 국내·외 기업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및 공표해왔다. 다만, 제품 및 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그룹이 처음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와도 분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기업 성장을 이끄는 신규 성장동력인 만큼 경제적 가치와도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이형희 위원장은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추구 전략은 신규 산업,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며 "재무여건이 어려운 회사일수록 더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늦어도 괜찮아'

이날 SK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다만 소비자 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 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법이 없어 평가점수를 공개하지 못했다.

각사는 자체 측정결과 공표시 미반영 항목을 주석에 표기하고, 추후 반영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와 관련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목표를 정해 모자란 부분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독려했다고 SK그룹은 밝혔다.

SK그룹은 앞으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을 회계학자들과 공동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인 이항수 PR팀장은 "사회적 가치 측정은 DBL 경영을 동력으로 새로운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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