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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시민' 최정우·'사회적 가치' 최태원, 한 배 타다

  • 2019.12.03(화) 16:12

포스코 첫 성과공유 연단에 최태원 회장 깜짝 등장
지향 같은 경영이념 발판…사업 협력 확대 관심

재계 3위(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 SK그룹과 6위 포스코그룹이 사회문제 해결에 과감히 뜻을 모았다. 2015년 이후 사회적 가치 경영을 추구하고 있는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작년 취임 이후 줄곧 '기업시민'을 앞세우는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마음이 맞은 결과다. 공통분모는 이윤을 내는 것에 기업의 역할을 묶어두지 않고 사회 기여를 키워야 한다는 의지다.

SK그룹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개념, 포스코의 기업시민 역시 기업의 권리와 함께 사회적· 지역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그 궤적이 닿아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SK의 '더블 바텀 라인' 경영
포스코 '기업시민' 성과측정 기반

3일 포스코가 처음으로 개최한 '기업시민 포스코, 성과공유의 장(場)'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별 강사 자격으로 연단에 올랐다. SK 최 회장의 이례적 등장은 두 기업집단이 '착하게 돈벌기, 돈벌어 착하게 쓰기'라는 시대적·사회적 소명에 공감대를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이라는 게 양측 관계자의 공통된 설명이다.

군불은 이미 지펴져 있었다. 이런 자리가 마련되기까지 양측 최고위 경영진 사이의 교감은 이미 있었다는 얘기다. 두 최 회장은 지난 8월13일 서울 모처에서 각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다수 대동하고 회동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포스코 최 회장은 이후 이 자리에 대해 "SK의 '사회적 가치'와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공유하는 점이 많다"며 "상견례를 하고 좋은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이 같이 가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공통된 가치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런 회동의 결과는 사회적 역할에 대한 SK그룹의 노하우가 포스코로 전수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10월초 열린 SK그룹 미디어포럼에서 강동수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Social Value)위원회 상무는 "양사 회장단 회동 이후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큰 방향에 공감하며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성과측정 기준을 포스코와 공유키로 했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SK서린사옥에서 열린 '행복토크'의 한 장면./사진=SK제공

SK는 작년부터 고용·납세·배당·환경·지배구조 등을 총괄해 화폐가치로 집계하는 사회적 손익계산서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작성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도 50%를 사회적 가치로 채우기 했다.  (관련기사 : SK, 사회적 가치에 목매는 까닭)

이를 전해 받은 포스코 역시 이번 성과공유의 장 행사를 마련하는데 SK의 측정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부터는 직원의 인사평가에 기업시민 가치를 반영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는 중이라 전해진다.

SK-포스코, 끈끈한 인연
'결'까지 같아진다면?

SK그룹과 포스코의 적극적인 교류는 단순히 사회적 역할 차원으로 제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기본적으로 '정유·통신'과 '철강'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을 축으로 둔 두 그룹 사이 역사적으로도 사업 연관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을 대하는 '결'까지 유사한 만큼 향후 협업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양측 최고경영진 모임에는 SK E&S, SK텔레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등 계열사 경영진 10여명도 동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양사가 사회적 역할뿐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 등 사업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SK그룹과 포스코는 과거 '선경그룹', '포항제철' 시절부터 밀접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는 데서 이런 분석에 힘이 실린다. SK텔레콤 전신인 대한텔레콤이 포스코가 최대주주였던 옛 신세기통신을 인수한 것, SK E&S가 15년 이상 포스코 광양 터미널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받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3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기업시민, 성과공유의 장' 행사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윤도진 기자 spoon504@

현재도 2차전지 등 다방면에 사업 접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포스코케미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납품받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케미칼을 중심으로 양극재와 음극재 등 이차전지 소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어 안정적 수요처가 필요하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전환 작업에도 SK텔레콤의 5세대 이동통신(5G) 활용 여지가 있다.

최근 포스코 최 회장은 SK 최 회장에 대한 호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글을 통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각 계열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올해 100회 이상 하기로 했다는 점에 자극을 받았다"면서 "그만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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