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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사회적 가치에 목매는 까닭

  • 2019.10.02(수) 17:18

"기업 생존, 사회문제 해결에 달려"
"특정 부서로는 안돼…다 변해야"

"엑슨모빌, GE는 20년 전만 해도 큰 기업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마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런 기업들이 새로운 해법을 제공하는 기업들로 떠올랐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회 팀장(전무)는 2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SK 미디어포럼'에서 SK그룹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영속적인 기업이란 있을 수 없고, 그 시대에 제기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제조업이 흥하던 시대에는 배고픔이나 빈부격차 등 전통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기업이 성공했다. 하지만 정보교류의 비용이 전무하고 방금 전 일어난 일을 전세계가 알 수 있는 현대사회에선 사회문제 해결의 속도가 그만큼 빨라야 한다는 게 정 팀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도 사회공헌이라는 이름으로 특정 부서에서 사회문제를 전담해 해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전통적인 관점에선 사회공헌은 돈을 쓰는 것, 곧 비용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사회공헌 자체가 기업이나 사회의 부를 증진시키는 가치있는 활동이라고 인식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정 팀장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건 새로운 사업모델, 곧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특정 부서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정유업을 하는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대중교통보다는 소비자 각자가 자신의 차를 끌고 다니는 게 유리하다. 휘발유와 경유를 더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 사회공헌 명목으로 가끔 기부금을 내면 된다.

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환경문제 해결이 최우선인 상황에선 매연이 없으면서도 차를 달릴 수 있게 하는, 그러면서도 돈벌이가 되는 새로운 에너지원 발굴에 전사가 매달리게 된다. '사회적 문제 해결=생존'이 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석유정제보다 전기차 배터리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한국은 물론 유럽, 미국, 중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투자회사조차 '당신네 회사가 사회에 가치가 있는 회사이냐'를 두고 자산배분을 결정한다고 정 팀장은 설명했다. 수익 극대화가 목표인 전주(錢主)들도 돈을 벌려면 사회적 가치에 눈을 돌여야 한다는 걸 눈치챘다는 의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올해 초 SK서린사옥에서 열린 '행복토크'의 한 장면./사진=SK제공.

특징적인 것은 정부나 시민단체, 노조에서 나올 법한 얘기가 SK그룹에선 최고경영진, 그것도 오너인 최태원 회장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기회있을 때마다 경제적 성과 못지 않게 사회적 성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익계산서도 바꿔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최소화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고용, 납세, 배당, 환경, 지배구조 등을 망라한 사회적 손익계산서인 '더블 바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강조한다.

이익을 얼마나 남기느냐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얼마나 가치있는 일을 했는지 측정해보자는 얘기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지난해 30조원의 경제적 가치(당기순이익)를 창출했지만 사회적 가치는 절반 가량인 16조원에 그쳤다는 결과를 외부에 공개했다. 부족함을 인정하는데서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는 핵심성과지표(KPI)의 50%를 사회적 가치로 채우겠다고 예고했다.

정 팀장은 "이제는 SK의 모든 조직 구성원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며 "단순히 줄을 세우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문제점을 얼마나 개선했고, 사회적 가치를 위한 사업포트폴리오를 제대로 준비하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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