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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자회사 설립, 2018년과 다른점 살펴보니…

  • 2022.08.22(월) 11:38

통합계열사 설립 발표에 지배구조개편 추측까지 나와

현대모비스가 최근 현물출자를 통해 모듈, 핵심부품 제조 통합계열사 두곳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각 사업 부문의 전문성 제고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해 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는 게 현대모비스 측 설명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초석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이력이 있다.  

그렇다면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 때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2018년 인적분할과 이번 자회사 설립건을 비교해 봤다. 

2018년 시나리오 되짚어보니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대차그룹은 현재 10대 그룹사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 중이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던 이유도 계열사 간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구조를 끊기 위함이었다.  

순환출자: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이 다시 A기업에 출자하는 방식. 'A→B→C→A'의 원 모양 순환 고리가 형성돼 서로 간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

현대차그룹의 여러 순환출자 고리 중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최근 발표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1.43%를, 현대차는 기아 지분 33.88%를, 기아는 현대모비스 지분 17.37%를 보유 중이다. 현대차 지분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이 고리의 중심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영향력은 약하다.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2%에 불과하다. 정 회장이 그룹 내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지난 2018년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의 핵심부품 사업부문(존속 법인·79%)과 모듈·AS부품 사업부문(신설 법인·21%)을 인적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리고 분할된 모듈·AS부품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이후엔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과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맞교환할 예정이었다. 분할합병을 통해 덩치가 커진(자산 규모↑) 정 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주식과 인적분할로 몸집이 작아진 기아의 현대모비스 주식(자산 규모↓)을 맞바꾼단 얘기다. 정 회장은 당시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현재 20%)를 보유 중이었다.

이 지배구조 개편안이 추진됐더라면 '기아→현대모비스'의 순환 출자 고리는 끊어지게 된다. 동시에 정 회장이 기아의 현대모비스 주식을 취득하면서 그룹 내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지배구조 개편안은 결국 무산됐다. 현대글로비스와 모듈·AS부품 사업부문의 합병비율을 두고 개인주주와 외국기관의 반발에 부딪히면서다. 

여기에 현대모비스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가격보다 낮아지는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자진 철회했다.

이번엔 뭐가 다른가보니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현대모비스의 이번 자회사 설립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 당시 때와는 몇 가지 차이점을 보인다. 

우선 분할하는 사업 부문이 다르다. 현대모비스의 사업 부문은 크게 모듈, 핵심부품, AS 부문 등 3가지로 나뉘는데 이번엔 모듈과 핵심부품 2개의 사업 부문을 분할한다. 

큰 틀로 보면 현대모비스(AS 부문), 모듈 제조 자회사, 부품 제조 자회사 3개로 분할되는 구조다. 다만 설립되는 자회사는 '제조' 영역에만 한정된다. 예를 들어 모듈의 연구개발 조직은 현대모비스 소속에 속하는 식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이번 통합계열사는 생산과 제조 영역에 한정된다"며 "모듈, 핵심부품을 연구하는 조직은 이 계열사에 통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업 부문을 분할하는 방식도 차이점을 보인다. 이번엔 현물출자 방식을 통해 현대모비스가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한다. 2018년 당시엔 인적분할 방식을 통해 현대모비스 사업 조직을 핵심부품사업(79%·상장사), 모듈·AS 부품 사업(21%·비상장사)으로 각각 나누려 했다.

이번 현물출자는 모회사(현대모비스)가 자회사(모듈 제조, 부품 제조)의 지분 100%를 보유한다는 점에서 물적분할 방식에 가깝다.

하지만 진행 과정이 다르다. 현물출자 방식은 물적분할과 달리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사회 결의 과정만 거친 뒤, 법원이 선임한 검사인의 조사만 마치면 된다. 검사인 조사는 현물 자산이 지나치게 고평가, 저평가됐는지 점검하는 절차로 이해하면 된다. 

참고로 물적분할은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주주총회 의결이 필요하다. 주주총회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발행주식총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물적분할이 완료된다.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자회사 설립을 위해 임시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임시이사회를 열어 신규법인 설립 안건을 최종 승인한 뒤, 11월까지 생산전문 통합계열사를 공식 출범한다. 

현대모비스, 본체 몸집 줄어들 듯

이번 자회사 설립으로 현대모비스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자산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모듈과 핵심부품의 제조 영역에 해당되는 자산 일부가 자회사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아직 현물출자가 얼마만큼 규모로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모듈과 핵심부품에서 발생하는 매출 규모를 통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현대모비스는 작년 기준 매출 41조7022억원을 기록했다. 그 중 모듈과 핵심 부품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33조265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9.8%가 모듈과 핵심 부품에서 나왔다.

현대모비스의 일부 직원도 신설 자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모비스 직원 1만1259명 중 9136명이 모듈 및 부품 제조사업 소속 직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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