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가스·전력 계열사인 SK E&S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원, 1조원을 넘어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여파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라 전력도매가격이 상승한 덕분이다.
SK E&S는 이런 호실적을 기반으로 SK이노베이션·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부상했다. 향후 SK E&S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안정적 밸류체인 구축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외형에 내실까지 모두 챙겼다
3일 SK그룹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 E&S의 지난해 매출은 11조2489억원, 영업이익 1조4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43.2%, 129.1% 증가했다.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선 것은 SK E&S가 지난 1999년 도시가스 사업지주회사로 출범한 이후 23년여 만에 처음이다.
사실 SK E&S는 지난해 3분기부터 역대급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당시 추산된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1345억원, 1조4707억원으로 전년 연간 실적(매출 7조8546억원·영업이익 6192억원)을 이미 넘어선 바 있다.
SK E&S 관계자는 “러-우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고 전력도매가격도 오르면서 이익이 개선됐다”며 “20여 년 전부터 저가로 LNG 계약을 미리 확보해 둔 덕분에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판관비 등 일회성 비용 발생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일부 축소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SK E&S는 이 같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SK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SK E&S의 SK그룹 내 매출액 비중은 7.9%였다. 이는 SK이노베이션(55%), SK텔레콤(12.2%)에 이어 세 번째다. 기존에는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SK E&S 순이었다.
영업이익 비중에선 더욱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 SK E&S의 SK그룹 내 영업이익 비중은 14.5%였다. SK이노베이션(40%), SK텔레콤(16.4%)과 함께 상위 3위권에 포함됐다. 특히 SK E&S가 전년 대비 5%포인트 이상 수치를 끌어올리며 SK텔레콤과의 격차를 전년 12%포인트에서 2% 포인트로 좁혔다.
2025년 기업가치 35조로
SK E&S는 △수소 △재생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친환경 LNG 등 4대 핵심사업을 통해 차별화된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방점을 찍고 있는 곳은 ‘수소’다. SK E&S는 수소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전기차 배터리의 한계를 친환경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국내 수소생태계의 조기 구축에 앞장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추형욱 SK E&S 사장은 SK그룹 내 수소 사업 전담조직인 ‘수소사업추진단’의 단장을 겸하고 있다. 앞서 SK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약 18조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기존 LNG 사업의 인프라와 밸류체인 통합 역량을 활용키로 했다. 오는 2025년까지 수소 공급 능력을 연 28만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또 전국에 수소충전소 약 100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1년 7조원이었던 기업가치를 2025년 35조원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추 사장은 “SK E&S는 도시가스 회사에서 국내 1위 LNG 사업자로 LNG 밸류체인을 완성하는 등 불가능에 도전하고 실현해 온 기업”이라며 “치밀한 준비와 충실한 실행을 통해 겸손하게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 에너지 전환 시대를 준비하는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