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 현대네트워크 카드를 꺼냈다. 현정은 회장과 현대네트워크 관계, 현대네트워크의 향후 역할론 등을 분석,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을 살펴봤다. [편집자]
최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을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네트워크에 넘겼다. 지분 매각 과정에선 국내 사모펀드 H&Q가 외부투자자로 들어올 전망이다. 투자방식으론 현 회장 소유 현대네트워크 지분 매입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경영권 방어를 공고히 하는 셈이다.
일각에선 현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각을 두고, 현대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그룹이 최근 '현대홀딩스컴퍼니'라는 상표를 출원하는 등 언젠가는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현대그룹 측은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 '미정이다'는 입장이다.
그룹 정점 현대네트워크, 어떤 회사일까
현대네트워크는 2005년 설립된 회사로 당시 사명은 현대유엔아이였다. 설립 초기 시스템 자문과 IT 사업 부문을 영위했지만 2011년 IT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한 뒤 사명을 현대글로벌로 변경했다. 이후 2019년 태양광 에너지 사업 부문(현재 현대글로벌)을 물적분할하면서 현대네트워크로 사명을 바꿨다.
현대네트워크 지분은 △현정은 회장 91.7%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 7.89% △차녀 정영이 현대무벡스 부장 0.23% △장남 정영선 현대투자파트너스 이사 0.58% 등으로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 중이다.
현대네트워크 자산 규모는 2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해 위상은 남다르다. 현대네트워크는 이번 현 회장 지분을 인수하기 전까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현 회장이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전량(7.83%)을 현대네트워크에 넘기면서 지분율에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현대네트워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기존 10.6%에서 19.26%로 증가했다.
이번 지분 변화를 통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 및 특수관계인→현대네트워크→현대엘리베이터→현대무벡스·현대아산·현대투자파트너스 형태의 지배구조가 갖추게 됐다.
현 회장의 그룹 내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현 회장의 지분을 현대네트워크에 넘긴 점을 두고 업계에선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무게감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100% 보유한 현대네트워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한 것이기 때문에 지배력 자체에 변화가 없다"면서도 "개인 보유지분을 넘긴 것은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현대그룹 측은 "아직 지주사 전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네트워크의 자산 규모가 작아 지주사 전환 충족 요건을 당장 맞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은 개별기준 자산 5000억원 초과, 자회사 지분가액의 합계액이 자산총액의 50%(지주비율) 이상인 경우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네트워크를 투자부문(현대홀딩스컴퍼니)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할 계획은 있다"면서도 "지주사 전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네트워크, 외부 투자자와 손잡나
현대네트워크는 이번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 과정에서 현 회장의 주식담보 대출금 상환 의무도 함께 받았다. 만기 시점인 오는 11일까지 2300억원을 상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네트워크는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H&Q 코리아와 자금 조달을 위한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조달 방안으로 현대네트워크의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발행안이 검토됐다. 최근에는 현 회장의 현대네트워크 지분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도 유력 검토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H&Q코리아 측과 자금 조달을 위해 협의 중이지만, 아직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상환 시점인 11일까지 자금 조달에 무리없다"고 말했다.
☞②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