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협력해 세계 최초로 불타지 않는 에너지 저장 장치(ESS) 개발에 성공했다. ESS는 여러 개의 배터리를 한 데 묶은 것으로, 일종의 대용량 배터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 기술을 토대로 선박 ESS 시장에서 '친환경 해양 솔루션 리더'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1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SK엔무브가 선보인 선박용 '액침 냉각 ESS'는 리튬이온배터리 모듈에 냉각 플루이드(절연액)를 채워 화재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절연액은 액체와 기체의 중간 성질을 지닌 물질로, 모듈 내부에서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고 열을 식혀준다.
이번 공동 개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에너지 저장 장치 연구개발을 맡았고, SK엔무브는 저장 장치에 들어가는 절연액을 개발했다.
보통 배터리 화재의 95%는 절연이 파괴되면서 발생한다. 두 회사가 개발한 액침 냉각 ESS는 냉각된 공기를 활용해 불을 끄는 기존의 공랭식보다 화재 예방에 3.5배 더 효율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기술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기추진선박에 공급해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손승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에너지시스템센터장은 "해양 선박용 ESS는 안전성이 필수 조건"이라며 "세계 최초로 한화와 SK가 개발한 액침형 ESS는 화재 발생 시 절연액이 산소를 차단하고 바로 냉각하기 때문에 화재를 발생시키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두 회사 기술진은 액침 냉각 ESS 배터리 셀(Cell)에 대해서도 화재 발생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기술진은 액침 냉각 ESS 배터리 셀 내부를 절연액으로 완전히 채워 외부로부터 먼지와 염분 등의 유입을 차단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인증 기관인 노르셰베리타스(DNV), 한국선급(KR)으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손 센터장은 "셀 하나에서 발화하는 경우 곧바로 내부 차단 기능이 작동하도록 설계해 다른 셀로 화재가 옮겨가는 걸 원천 봉쇄했다"고 설명했다.
서상혁 SK엔무브 e-Fluids B2B 사업실장은 "차별화된 첨가제를 활용해 화재 예방 성능을 극대화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액침 냉각 ESS 기술을 해양 사업 부문에 활용해 친환경 선박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인 마켓 앤드 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전 세계 선박용 ESS 시장은 2021년 약 21억달러(약 3조원)에서 2030년 약 76억달러(약 10조원)로 연평균 15.5%의 성장이 예상되는 블루오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