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사장이 현대모비스 지휘봉을 잡은 지 약 1년을 맞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던 현대모비스는 올해 주춤한 모양새다. 대내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탓이었다.
이 사장은 이를 악물었다. 정체를 끝내고 고성장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다. 그는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내부 거래를 줄이고 해외 고객 비중을 늘릴 구상이다. 현대모비스로 자리를 옮기기 전 현대차·기아에서 그의 주력은 차체샤시부품구매, 의장전장부품구매 등 공급망 관리였다. 2033년 현대모비스를 글로벌 톱3 부품사로 만드는 게 그의 중장기 목표다.
19일 열린 '2024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이 사장은 "이제는 수익성에 기반해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매출과 이익의 안정적인 동반성장, 투자와 주주환원의 밸런스를 맞춰 회사의 기업가치를 글로벌 위상에 맞게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정체 끝…글로벌 3위 부품사 도약
현대모비스는 올해 역성장했다. 매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오르긴 했지만 사업 부문별로 나눠 보면 쓴맛을 보기도 했다. 주력인 모듈 및 핵심부품(전동화·부품제조·모듈조립) 사업은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A/S 사업이 선전한 덕에 겨우 모면한 정도다.
이 사장은 포트폴리오부터 다시 짰다. '성장사업(전동화·전장)'과 '안정화사업(모듈·샤시·안전·램프·서비스부품)'으로 구분해 접근했다. 성장사업에서는 기술 확보와 시장 확대에 집중하기로 했다. 안정화사업으로는 꾸준한 수익을 확보한다. 공격과 안정성을 동시에 구축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성장사업으로는 그동안 준비한 신기술을 조만간 쏟아낼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관련한 구동 시스템 등을 오는 2년 뒤 양산할 방침이다. 소형·대형 전기차 구동 시스템 신규 라인업도 연이어 공개한다. 북미 전기차 업체와 협업한 모비스의 첫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내년 선보인다.
안정화사업인 샤시나 안전 분야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한다. 기계 장치를 전기 신호로 대체하는 전자식 제동 시스템(EMB), 전자식 조향장치(SBW) 등을 늘려간다. 안정화사업인 만큼 덩치를 빠르게 늘리는 게 최우선 목표다.
고객사도 다변화한다. 현대차·기아 의존도를 줄이면서 글로벌 완성차 매출 비중을 40%까지 확대한다. 이 사장은 연초부터 "생존을 위한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며 글로벌 고객사와 손잡는 걸 염두에 뒀다.
준비는 마쳤다. 체코와 스페인에 이어 최근 슬로바키아까지 유럽에만 세 개의 전동화 거점을 구축했다. 기아를 비롯해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재규어랜드로버 등 글로벌 완성차를 고객사로 포섭할 유리한 입지다. 북미에도 부품 거점을 만들어 둔 상태다.
실적 목표치도 잡았다. 우선 창사 50주년을 맞는 2027년까지 연평균 매출성장률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을 달성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톱3 부품사로 도약한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순위에서 현대모비스는 6위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