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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쫓아오는 중국, 대법원 가는 이재용

  • 2025.02.12(수) 15:56

검찰, 1·2심 무죄 이재용에 상고
"中 매섭게 추격…오늘 1등, 내일 1등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의혹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리한 법정 공방을 이어갑니다. 검찰이 1·2심 무죄를 받은 이 회장을 상고하면서죠. 그가 재판부 눈치를 살피며 경영에 온전히 집중 못하는 시간이 1여년 더 늘어난 것입니다.

이 회장이 1·2심 재판을 받던 지난 10년여간 반도체업계는 천지개벽했습니다. 대만 TSMC가 파운드리 시장을 압도했고,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 메모리)를 선점했죠. 삼성전자가 초격차를 자신했던 D램 시장마저 중국이 추격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재판이 단순히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심서 뒤집힐 가능성 낮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 일지./그래픽=비즈워치

검찰이 상고를 결정한 건 지난 7일. 이날 오전 검찰은 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열고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들었는데요. 상고심의위 반나절만에 상고를 결정하면서 이목이 쏠렸죠.

당초 이 회장 재판의 상고 기한은 이달 10일 밤 12시였습니다. 검찰이 10일 늦은 오후쯤 제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렸죠. 예상보다 빠르게 상고장을 제출한 데 대해 법조계는 '여론전을 차단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합니다.

일각에선 '기계적 상고'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사안이 워낙 중요하고 큰 사건이다 보니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는 것도 쉽진 않았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2심 재판 결과가 나오자마자 수사와 기소를 지휘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법원을 설득할 만큼 충분하고 단단히 준비돼 있지 못했다"며 사과했습니다. 재계·정치권에서도 "이재용 상고는 무리수"라는 목소리가 나왔죠.

'기계적 상고'에서 원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낮습니다.

대법원에서 다뤄지는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입니다. 법리적용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따지는 3심에서 1·2심서 인정된 사실관계가 바뀌긴 어렵다는 시각이죠.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재판은 기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다 1·2심 결론은 무죄로 일치했다"며 "1·2심서 무죄가 나왔을 경우 3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무죄 두 번 나왔다고 검찰이 상고 포기하는 일 역시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무죄가 나오더라도 그것은 재판부의 시각일 뿐 우리(검찰)는 유죄로 본다는 게 보통 검찰 측 입장"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유 생긴 피고인, 조바심 나는 삼전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재판 관련 혐의 쟁점별 판단./그래픽=비즈워치

3심을 준비하는 피고인 이재용은 한결 여유를 가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의 입장에선 조바심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당장 오는 3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잃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책임경영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죠. 

재판은 빠르면 올해 안에 마무리되고, 길면 1년 이상 이어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대법원 재판은 피고인 출석 없이 서류로 진행되죠. 이 회장이 직접 재판장에 갈 필요는 없단 얘기입니다. 그간 2주에 1번 꼴로 법정에 섰던 것보다는 낫지만, 사법리스크가 부담스러운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삼성이 유례없는 위기에 처해있어서죠.

2019년 이 회장은 "2030년 파운드리 세계 1위"를 목표했지만, 현재 1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더 벌어졌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HBM 주도권은 SK하이닉스에 빼앗겼죠. 여기에 미국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중국의 딥시크 개발 등 대내외 복합적 위기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재판 족쇄를 풀고 복합적 위기에 대응할 때인 것이죠. 이 회장은 2심 선고 이튿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3자 회동을 가졌었는데요.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5000억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협력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재판에 발목 잡힌 이 회장이 온전히 경영에 집중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경제 산업에 관련된 것"이라며 "우리끼리 싸우다가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에게 자리를 뺏기게 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황 교수는 "이번 검찰의 상고는 법적으로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 상황도 고려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이 회장은 상고심이 종결될 때까지 붕 뜬 상태에서 경영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봉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매섭게 추격, 오늘의 1등이 내일의 1등이 아닐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국가가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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