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가 1월에만 5조4000억원이 넘는 무더기 수주에 성공하면서 올해 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선박 노후화에 더해 고부가 가치 선박 수요 증가로 인한 수혜를 본격적으로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넘치는 발주량을 생산설비가 따라잡지 못하면서 이같은 상황이 오히려 빠르게 뒤쫓아 오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에게 기회를 주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가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국이 대신 수주할 경우 건조 실적과 가격 경쟁력을 쌓게 되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조선사들의 공개된 수주 계약 규모는 약 5조4000억원에 달한다. 조선 빅3인 HD한국조선해양이 1월에만 9척(14억9000만 달러)을 수주했고 한화오션이 5척(8억9000만 달러), 삼성중공업이 5척(9억달러)의 수주에 성공했다. 여기에 대한조선 역시 6척(7500억원)규모의 수주에 성공하며 수주행진에 합류했다.
고무적인 부문은 다양한 선종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이번에 수주된 선박을 종류별로 보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8척, VLGC(LPG·암모니아 운반선) 1척, VLEC(초대형 에탄운반선) 2척, 원유운반선 12척, PC(석유화학제품)선 2척 등으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물량은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회사의 수익성 측면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라며 "특히 LNG 중심이 아닌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성과를 보인 점이 올해도 좋은 성과를 이어갈 거라는 기대를 키운다"고 전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수주 행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선박 노후화로 인해 앞으로 연이어 선박 발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아울러 조선업계 생산설비가 포화 상태에 근접하고 있어 이윤이 큰 선박 중심으로 선별적 수주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기 진입 이후 국내 조선업이 연이은 수주에 성공하면서 대부분의 설비가 앞선 계약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배정된 상황"이라며 "조선소 입장에서는 현 생산설비에서 수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해 수주가 가능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로 인해 일부 수주 물량이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장기적인 고민거리로 지목된다. 중국 조선사들이 넘치는 물량을 흡수해 건조 실적과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면 조선업 호황 싸이클이 다시 도래했을 때 중국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수 있어서다. 마냥 장밋빛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박 노후화로 인한 교체 시점을 우리나라 조선업계 설비 스케줄에 따라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다른 곳이 받아가게 되고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아직 고부가가치 선박은 우리나라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건조실적을 쌓으면서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벌크선, 컨테이너선과 마찬가지로 가격경쟁력을 내세운다면 최근과 같은 수주 실적을 장담할 수는 없을 수도 있다"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 지금부터라도 차세대 고부가가치 선박인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수소 운반선 등에 대한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박 수주 물량이 다시 쏟아지는 2030년께부터는 이들 선박이 고부가가치의 대명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이 관계자는 "일단 현재 암모니아 운반선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이기 때문에 이같은 흐름을 잘 이어간다면 다음 호황기에도 이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라며 "액화수소 운반선의 경우는 조선업 재건을 꿈꾸는 일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에 대한 목소리가 최근에는 잦아들긴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위한 선박이 주가 될 것"이라며 "조선업계 역시 암모니아 운반선, 액화수소 운반선 외에 추가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해야만 지속가능성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예산을 꾸준히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