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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 에너지 고속도로에 그린 '큰 그림'

  • 2026.02.05(목) 09:00

HVDC로 에너지 고속도로 진입…기술 내재화 포석
GE버노바와 협력…글로벌 표준 경험 축적
AI시대 병목은 전력…북미 시장서 몸집 키운다

LS일렉트릭이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일렉스 코리아 2026'과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6'에 동시 참가해 관람객들에게 첨단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LS일렉트릭이 국내 최대 전력 산업 전시회에서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을 앞세워 존재감을 드러냈다. 국가 전력망 재편의 핵심 기술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동시에 겨냥한 행보다.

LS일렉트릭은 4~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일렉스 코리아 2026'와 '코리아 스마트그리드 엑스포 2026'에 참가해 HVDC 풀 라인업과 데이터센터 맞춤형 전력 설비를 전면에 내세웠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비롯한 대형 국가 프로젝트와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전시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가와트 전력 시대

LS일렉 HVDC 사업 수주 이력./그래픽=비즈워치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HVDC다. LS일렉트릭은 HVDC 변환용 변압기(C-TR)와 무효전력보상장치(STATCOM), 밸브 등 핵심 설비를 공개했다. 북당진~고덕 1·2단계와 동해안~수도권 HVDC 변환설비 구축 사업을 수행하며 실적도 쌓아왔다. 이를 통해 확보한 안은 1조원을 넘어섰다.

HVDC는 교류 전력을 직류로 바꿔 장거리로 대용량 전력을 보내는 기술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의 기반 기술로 꼽힌다. 국가 전력망을 재편하는 사업인 만큼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 가격보다 실제 운전 경험과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 '에너지 고속도로'는 HVDC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지와 대규모 전력 수요지를 연결하는 국가 핵심 전력 인프라 사업이다. 서해안과 남·동해안에 집중된 해상풍력·태양광 전력을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로 안정적으로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총 사업비 11조원을 투입해 서해안을 시작으로 한반도 삼면을 잇는 'U자형' 전력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최소 4~5년이 소요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향후 10년간 한국 전력계통 구조를 재편하는 국책 사업으로 꼽힌다. 단순 송전망 확충을 넘어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과 계통 안정성, 전력 안보를 동시에 좌우하는 사업이다. 

핵심 구간은 전북 새만금에서 경기 화성까지 약 220㎞다. 해저케이블 왕복 2회선을 통해 2기가와트(GW)급 전력을 수도권으로 수송한다. 해저케이블 총 길이는 약 440㎞에 달한다. 송전 방식으로는 HVDC가 적용된다.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해 송전한 뒤 수요지 인근에서 다시 교류로 바꾸는 구조다. 송전 손실이 적고 지중·해저 케이블에 적합하다. 장거리·대용량 전력 수송에 경제성과 안정성이 뛰어나 대규모 국가 계통 사업의 표준 기술로 평가된다. 다만 50㎞ 이상 단일 길이의 해저케이블 제작과 고난도 포설 공정이 필요해 기술과 시공 난도가 높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사업 추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계획보다 완공 시점을 2030년으로 앞당겼다.

특히 대용량 사업일수록 이러한 특성은 뚜렷해진다. 기가와트급 설비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영향이 특정 설비나 구간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단지와 수도권 전력 공급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대규모 전력이 한 번에 이동하는 구조여서 작은 장애도 전력 계통 전체의 안정성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 "메가와트와 기가와트는 다른 게임"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단일 장비가 정상 작동하는지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장시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지, 돌발 상황에서도 전력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지, 다른 계통과의 연계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지까지 함께 검증돼야 한다. 대용량 HVDC 사업에서는 기술 완성도·실제 운전 경험·리스크 관리 능력 등이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꼽힌다.

LS일렉 HVDC 생산 인프라 투자 내역./그래픽=비즈워치 ​

강민찬 LS일렉트릭 팀장은 "HVDC는 개별 장비 성능보다 이들이 어떻게 연계돼 운전되느냐에 따라 성능이 결정되는 시스템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2GW급 전압형 HVDC는 설계 단계부터 운전 시나리오까지 모두 맞물려야 한다"며 "단일 장비를 만드는 것과 설계부터 계통 연동 운전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LS일렉트릭은 GE버노바와의 협력을 선택했다. 국내 HVDC 주요 사업을 함께 수행하며 한국 전력 계통 특성과 운전 환경을 가장 많이 경험한 글로벌 파트너라는 판단에서다. 단순한 공동 수주가 아니라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시스템 설계와 계통 연동, 장기 운전 노하우를 흡수해 내재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 포석도 깔려 있다. 최근 글로벌 HVDC 시장은 한 사업자가 모든 설비를 맡는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멀티 벤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송전 구간과 수전 구간의 사업자가 달라도 통신 및 제어 체계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LS일렉트릭은 2030년 이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금부터 글로벌 표준에 맞는 사업 방식을 축적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국내 기준에 익숙해진 뒤 해외 기준에 다시 맞추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력 없으면 AI도 GPU도 무용지물

LS일렉트릭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일렉스 코리아 2026'에 참가한다. 구자균(앞줄 왼쪽 두번째) LS일렉트릭 회장이 지난 4일 LS일렉트릭 전시장에서 전시 안내를 청취하고 있는 모습./사진=LS일렉트릭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역시 LS일렉트릭이 공을 들이는 핵심 축이다. 인공지능(AI) 연산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전력의 중요성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통상 중형 데이터센터 한 곳에만 수백억원 규모의 전력 설비가 투입된다. 과거에는 서버 한 칸(랙)에 필요한 전력이 가정 수십 가구 수준에 그쳤지만 차세대 GPU 환경에서는 이보다 몇 배 많은 전력이 한 번에 소모된다. "GPU를 확보해도 전력 공급이 따라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말이 현장의 현실이 됐다.

이런 변화 속 LS일렉트릭은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AI 데이터센터용 전략 신제품 'Beyond X MDB'를 처음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슬림 모듈형 배전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축적한 배전반 설계와 엔지니어링 노하우를 집약했다. 기존 제품 대비 설치 공간 효율을 30% 이상 높여 전력 밀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데이터센터 환경에 맞췄다. 단품 공급에 그치지 않고 데이터센터 맞춤형 패키지 솔루션으로 시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글로벌 전력 시장이 이른바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수주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성장의 중심은 북미다. 지난해 LS일렉트릭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액은 1조원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북미 비중만 8000억원 이상을 차지했다.

회사 측은 올해도 주요 빅테크 고객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수주가 이어지며 전체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철강과 동(銅) 등 핵심 소재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에너지 가격 흐름에 따라 수익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성준 LS일렉트릭 팀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추가 수주가 기대된다"며 "국내 생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국과 베트남 생산 거점을 병행 활용하는 체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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