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이륙 시급한데 '파일럿' 못 찾고 표류하는 KAI

  • 2026.02.25(수) 17:32

KAI, 이사회서 차기 사장 안건 논의 불발
군·관 출신 인사 노조 반발 영향 분석
방산업계 호조 속 수장공백 부작용 우려

한국항공우주(KAI)의 경영 공백이 더 길어지게 됐다. KAI는 25일 이사회를 열고 김종출 전 방위사업청 무인사업부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할 계획이었지만 불발되면서다. 

KAI의 수장 공백은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장기화하고 있다. 방산 시장 호조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인사 선임이 중요한데 정부 측이 사실상 대주주인 지배구조가 이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KAI, 수장 공백 7개월… 장기화 이유는

KAI의 수장 공백은 지난 7월 강구영 전 사장이 조기 사임한 후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강구영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의 보은 인사 성격으로 임명됐다는 평가였는데, 올해 6월 이재명 정권으로 교체되면서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출신인 강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후 KAI는 좀처럼 새로운 수장을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KAI의 지배구조가 사실상 공기업과 유사한 성격을 띠고 있는 탓에 과거 사장 인선과 마찬가지로 사장 후보군이 현 정권과 교감 있는 후보들로 좁혀지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평가다.

KAI의 주요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한국수출입은행이 26.41%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있고 국민연금공단이 8.20%를 보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의 정부 지분이 76%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부 지분이 30%를 넘어서면서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줄곧 KAI 사장 자리는 보은 성격 혹은 코드 인사가 내려오는 경향이 강했다. 강구영 사장까지 8명의 사장 중 5대 하성용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행정고시 출신의 공무원이거나 군 출신의 인사였다. 이번에 사장 후보로 내정될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종출 전 방사청 무인사업부장도 공군사관학교 30기 출신이었다.

김 전 부장이 2006년 예편 이후 방사청에 합류해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방산수출지원팀장, 전략기획단 부단장, 사업운영관리팀장, 기획조정관, 무인기사업부장 등을 지내며 KAI 사장으로서는 충분한 경력을 쌓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엄연한 민간 기업에 코드 인사 성격을 배제하기 힘든 군 출신 인사를 합류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이번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안건 논의 불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전 부장의 내정 소식이 들리자 KAI 노조 측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을 사장으로 인선할 것을 요구했으나 또다시 군 출신"이라며 "낙하산 인사의 휴양소도 아니고 공사 출신의 요양소도 아니다"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김 전 부장이 방사청에서 방위사업과 관련한 경력을 쌓아온 데다가 공군 경력까지 있어 항공기 사업을 핵심으로 하는 KAI 사장 자격은 충분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그간 관 혹은 군 출신 인사들의 보은 성격의 인사가 지속돼 왔던 점이 이사회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물 들어올 때 저을 '노' 없다

업계에서는 인사에 대한 검증 기간이 길수록 좋은 인사를 수장으로 앉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장 공백 장기화가 마냥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최근 국내 방산업계가 '최고 호황기'를 맞은 상황에서 수장 공백을 채우는 것이 당면 과제라는 평가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방산 계약 및 수주 실적 등의 규모는 152억 달러(약 21조 7000억 원)가량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5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을 타고 KAI도 지난해 매출 3조6964억원, 영업이익 2692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올해에는 매출이 5조원을 돌파할 거라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장 공백으로 인한 의사결정 지연, 네트워크 미가동, 내부 분위기 저하 등의 부작용은 KAI의 잠재력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앞선 관계자는 "방산 사업의 경우 고위급 간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수장 부재는 대표성 악화와 의사결정 속도 저하로 인한 투자 지연,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의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라며 "올해도 방산업계의 호황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기회를 잘 누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사를 빠르게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