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의료기술(MedTech) 사업에 다시 한 번 대규모 베팅했다. 미국 유전자 분석 장비 기업 엘리먼트 바이오사이언스에 약 2700억원을 투입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서 축적한 건강 정보에 유전체 데이터를 더해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엘리먼트의 '시리즈 E' 투자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1억7500만달러(약 2700억원) 규모의 지분을 추가 취득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해 시리즈 D 투자에 이어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결정은 단순 재무 투자를 넘어 미래 의료산업의 기반 기술을 선점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AI·의료기기·헬스 플랫폼 역량에 엘리먼트의 생명정보 분석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성장축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설립된 엘리먼트는 DNA 염기서열을 읽어 유전적 특징과 변이를 파악하는 'DNA 시퀀싱'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유전체 분석 정확도를 99.99% 수준까지 높였고 비용 부담은 크게 낮췄다. 2022년 출시한 시퀀싱 장비 '아비티(AVITI)'를 앞세워 연구기관과 병원을 중심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특히 주목한 것은 엘리먼트의 '멀티오믹스(Multiomics)' 역량이다. DNA 정보뿐 아니라 RNA·단백질·세포 변화까지 함께 분석해 질병 발생 과정과 생체 반응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여러 장비를 거쳐야 했던 분석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은 질환 원인 규명은 물론 신약 후보 발굴에도 활용도가 높아 차세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병원 진료 기록·유전체 정보·수면 및 운동 등 생활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경우 보다 정교한 건강관리 서비스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향후 기술 협력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갤럭시 링 등 삼성 헬스 생태계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별 건강 상태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는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분석 속도와 신뢰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 투자를 삼성전자의 '메드텍 사업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1년 삼성메디슨 인수를 시작으로 프랑스 AI 의료기업 소니오,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 등을 잇달아 확보하며 관련 포트폴리오를 넓혀왔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은 "삼성전자의 AI·의료기기·디지털 헬스 역량과 엘리먼트의 혁신적인 유전체 분석 기술이 결합돼 맞춤형 의료의 미래를 앞당길 것"이라며 "정밀 의료기기부터 디지털 헬스까지 폭넓은 분야에서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