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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유증' 에코프로비엠, 1.2조 베팅으로 中 LFP 꺾을까

  • 2026.07.03(금) 06:50

인니 제련소·헝가리 법인 등 해외 거점 구축에 9150억 집중
中 저가 공세 맞서 배터리 핵심인 니켈 공급망 선제 확보
에코프로 책임경영 내세워 주가 희석·재무 리스크 진화

에코프로비엠이 대규모 주가 희석 우려를 무릅쓰고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전격 단행했다.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대주주 지위 확보를 통한 배터리 핵심 공급망의 선제적 확보를 위해서다.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배정 물량의 120% 초과 청약을 결정하며 시장의 재무 불안감을 진화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을 잠식 중인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저가 공세를 무력화하는 데 방점이 찍힌 걸로 읽힌다.

빚 대신 유상증자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코프로비엠은 보통주 990만990주를 발행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금액 총 1조2000억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인 9150억원이 인도네시아 BNSI 제련소 지분 확보와 헝가리 법인 잔여 투자 등 글로벌 거점 구축에 투입된다. 나머지는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에 1350억원, 시설자금에 1500억원이 각각 배정됐다. 예정 발행가액은 12만1200원이며 최종 발행가는 오는 10월12일 확정된다.

청약은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를 대상으로 10월 15~16일, 일반공모는 10월 20~21일에 진행되며 신주 상장 예정일은 11월5일이다.

갑작스러운 대규모 유증 발표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흔들렸다. 고금리 기조와 전기차 업황 둔화(캐즘) 속에서 날아든 소식에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떨어지는 주가 희석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공시 직후 시간외거래에서 모회사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다음 거래일인 지난 1일에도 에코프로는 12.76%, 에코프로비엠은 6.88% 하락 마감하며 시장의 민감한 반응이 이어졌다.

에코프로 그룹이 대규모 차입 대신 유증 승부수를 던진 것은 고금리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자 비용을 늘려 재무 안정성을 해치기보다 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적기에 투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다지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배정 물량의 120%까지 초과 청약하기로 결정한 것도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불식하고 시장의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책임경영 카드로 풀이된다.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는 글로벌 니켈 시장을 선점해 삼원계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에코프로의 독보적인 하이니켈 기술력에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더해 글로벌 삼원계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가져오겠다"고 설명했다.

낮은 원가로 시장 잠식 저지…폐배터리 순환 생태계 마련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BNSI 제련소 건설 현장./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 그룹은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2단계 투자인 IGIP(인터내셔널 그린 산업단지) 내 'BNSI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에 합작 법인을 설립해 대주주로 참여한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기존 계획보다 지분을 대폭 늘려 총 39%의 지분을 확보하며 총 투자비용은 약 1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기존 1단계 투자를 포함해 총 6만5000톤의 니켈 수급권을 가지게 된다. 이는 전기차 약 2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니켈은 성능이 우수한 삼원계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광물이다. 반면 중국 주도의 LFP 배터리는 니켈이나 코발트 등 고가의 원료를 쓰지 않아 삼원계보다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에코프로는 이번 투자를 통해 니켈 조달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LFP 배터리의 저가 공세를 무력화한다는 전략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글로벌 양극재 적재량 중 LFP가 59.0%, 삼원계가 41.0%를 차지하며 삼원계가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비금지외국기관(Non-PFE) 공급망 요건을 충족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배터리 재활용까지 고려한 생애주기 전 관점의 경제성도 고려됐다. 국립환경과학원 평가 결과에 따르면 재활용 비용 대비 편익을 뜻하는 B/C 비율이 LFP는 0.44로 경제성이 없고 환경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삼원계는 1.06으로 핵심 광물을 90% 이상 무한 회수할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확인됐다. B/C 비율은 1 이상이면 경제성이 있고 1 미만이면 없다는 의미다.

이번 투자로 에코프로는 포항의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CLS)의 맨 아랫단인 니켈 공급망을 완성하게 됐다. CLS는 리튬 가공부터 전구체·양극재 제조, 리사이클링까지 전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자원 순환 시스템이다. 인니 투자를 통한 자연광산과 에코프로씨엔지의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도시광산을 결합하는 구조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최근 중장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양극재 제조만 하는 에코프로비엠은 인니프로젝트 참여를 계기로 수익성 향상을 갖출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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