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지상·함정용 공지통신무전기(SATURN) 성능개량 계획을 수정하면서 사업 규모가 기존 400억원에서 4300억원으로 10배 이상 폭증했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을 따내기 위한 국내 방산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시스템과 LIG D&A의 격돌이 점쳐지는 가운데 각기 뚜렷한 강점을 내세워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규모 10배 뛴 지상·함정 무전기 교체 사업
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말 공지통신무전기(SATURN) 성능개량사업 추진 기본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SATURN 사업은 원활한 한·미 연합작전 수행과 한국군 간 합동작전능력 향상을 위해 공지통신무전기의 보안과 항재밍 기능을 강화하는 성능개량 사업이다. 항공기와 지상·함정 운용부대가 교신할 때 쓰는 공지통신무전기에 SATURN을 적용, 보안성과 항재밍 능력을 높이는 사업이다.
군 항공기와 탱크, 지상 병력, 함정이 서로 연락할 때 쓰는 무전기인 공지통신무전기의 보안과 무전기를 먹통으로 만드는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고도화된 장비를 도입한다.
군은 앞서 항공전력에 탑재되는 SATURN 무전기 성능개량을 먼저 추진해왔다. 이번 방추위 수정안은 SATURN 전체 사업 가운데 지상·함정전력용 무전기의 획득방식을 바꾸는 내용이다. 당초에는 기존 장비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SATURN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SATURN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별도 무전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이처럼 무전기 사업의 규모를 키운 건 미군의 보안 방침이 깐깐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군은 기존 통신망 보안에 대한 취약점을 인지한 이후 통신망을 SATURN 기반으로 전면 교체하면서 이를 제대로 운용 가능한 장비를 탑재하지 않으면 통신망 접촉을 불허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에 소프트웨어만을 업데이트 하는 조건으로는 이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거다.
방산업계가 주목하는 건 이로 인한 지상·함정용 사업비 규모가 대폭 뛰었다는 거다. 기존에 SATURN 기능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췄을 때 사업 규모는 422억원이었는데, 방향이 수정되면서 4300억원으로 규모가 10배 이상 뛰었다.
이번 사업 중 휴대형 장비 등 일부 물량은 미국 정부의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될 수 있어 국내 방산기업에 직접적인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다만 고정형, 차량형, 함정형 등 나머지 유형에서는 국내 방산업계의 참여 여지가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휴대형 장비가 FMS 방식으로 도입될 경우 단가가 높아 전체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며 "미국 보안정책 변경으로 기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방식이 제한된 데다 일부 장비의 해외 도입 가능성까지 반영되면서 사업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형, 차량형, 함정형만 놓고 봐도 군 통신장비 사업 중에서는 적지 않은 규모"라며 "이들 유형도 세부 획득방식에 따라 FMS가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단순 무전기 도입을 넘어 지휘소 시스템, 기존 장비와의 연동, 함정·차량 탑재 등 체계통합 요소가 필요한 만큼 국내 방산기업이 맡을 수 있는 영역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시스템, 과거 수행 경험 강점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사업추진기본전략을 수정한 데다 예산 규모도 크게 늘어난 만큼, 사업타당성 재검증과 총사업비 조정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SATURN 장비 도입을 장기간 미루기는 어려운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 이후 사업자 선정 절차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이 본격화하면 한화시스템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두 회사 모두 군 통신·항전·체계통합 분야에서 사업 경험을 갖고 있는 데다, SATURN 사업은 단순 무전기 납품보다 보안 인증, 체계 연동, 플랫폼 탑재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먼저 한화시스템은 앞선 SATURN 사업 경험을 갖췄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방사청이 진행한 군 항공기용 공지통신무전기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이후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와 SATURN 무전기 면허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연합군 전력과 동일한 SATURN 무전기를 국내에서 완전조립 생산할 수 있도록 생산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 면허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이번 사업이 지상전력뿐 아니라 함정전력까지 포함한다는 점도 한화시스템이 주목받는 이유다. 한화시스템은 해군 함정에 탑재되는 전투체계, 레이더, 통신체계 분야에서 다수 사업 경험을 갖고 있다. 함정형 SATURN 무전기 역시 기존 함정 전투체계와의 연동, 탑재 환경 검증, 지휘통제체계와의 통합이 필요한 만큼 관련 경험이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SATURN 사업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미국 측 보안 기준과 암호 기술 관련 승인 절차"라며 "미국 정부와 미국 방산기업의 협조가 필요한 영역인 만큼 과거 SATURN 사업을 수행하며 관련 절차를 경험한 업체는 사업 리스크 측면에서 유리하게 평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LIG D&A, 지상장비 통신망 노하우 뛰어나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전통의 지상형 및 차량형 무전기 강자라는 점이 주목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육군 지상 장비 전술 통신망에 대한 노하우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에 국내 방산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전망되는 무전장비 유형 중 지상 고정형 및 차량형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잡한 지상 기동 장비의 내부 시스템과 무전기 체계를 통합하는 경쟁력은 LIG디펜스엔에어로스페이스가 가장 높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와 함께 대규모 양산을 위한 인프라 및 공급망을 탄탄하게 구축해 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사업 규모가 커진 만큼 납기 지연 없이 대규모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요인이 될 거라는 분석이다.
앞선 관계자는 "한화시스템이 SATURN 시스템 자체에 대한 이해도를 강조한다면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군 통신 장비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며 "특히 이번 사업은 미군 및 NATO와 맞물리는 통신 표준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추후 해외 사업에서도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에 놓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