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서비스와 인터넷 플랫폼 간 이종 결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카카오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선도 증권사와 협력을 통해 전에 없던 서비스로 영토를 확장 중인 것이다. 숨막히는 변화의 현장을 짚어보고 이들의 향후 사업 전략과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한국투자증권은 올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DT 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DT는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이니셜을 따온 것으로 한투증권과 같은 금융투자 회사가 구글·애플과 같은 IT 기업으로 변신한다는 의미다. 온라인 책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한 아마존이 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DT본부는 디지털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정일문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물이다. 기존 전산 업무를 담당하는 IT본부와 별개로 디지털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조직을 본부 단위로 꾸린 것이다.
정 사장은 작년초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사업의 강화를 내걸면서 "최근 IT 기업들이 잇달아 증권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가 가진 네트워크로는 디지털화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판단해 금융지주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디지털 방향 잡은 한투, 카뱅과 협업 본격화
한투증권 내부에선 그동안 미진하다고 평가받던 디지털 사업이 올해부터 획기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IB 사업으로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한투증권이 디지털에 역량을 쏟아붓기로 한 것은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뱅) 사업을 통해 디지털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공식석상에서 카뱅과의 협업 성공 사례를 자주 언급한다. 지난해 9월 연세대에서 열린 채용설명회 자리에선 "지난 12년간 뱅키스(한투증권 온라인 계좌) 브랜드로 77만 계좌를 모았는데 카뱅과 연계한 뱅키스 고객 신규모집으로 불과 6개월만에 77만 계좌를 모았다"라며 "카뱅처럼 빠른 시간안에 성장할 수 있는 회사와 반드시 시너지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증권이 올해 내놓을 서비스도 카뱅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업의 성과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투증권은 앞서 지난해 11월 자사 계좌를 카카오페이에 연결해 결제 계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송금과 온오프라인 결제 편의를 높인 바 있다.
아울러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도 준비하고 있다. 즉 애플이나 스타벅스 같은 해외 주식을 1주 단위가 아닌 0.1주, 0.01주 등으로 나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해외주식 투자 열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적은 돈으로 주식을 하려는 2030 젊은 투자자가 많아지는 만큼 이들이 좋아할만한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것이다.
◇ 미래에셋-네이버 동맹, 핀테크 결실 가시화
네이버와 금융 파트너십을 맺은 미래에셋대우도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투자를 계기로 핀테크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측은 "국내에서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울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결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붙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의 관련 사업 부문이 물적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네이버페이는 검색포털 네이버를 기반으로 회원가입이나 로그인, 배송조회 등 온라인 쇼핑에서 이용자 불편을 개선하며 편의성을 높여왔다. 현재 결제자 수가 업계 최대 규모인 월 1000만명 이상이다.
증권가에선 당장 올해부터 미래에셋대우-네이버 협업 금융 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의 CMS통장을 연계한 네이버 통장이나 올 하반기 수수료 수익모델 기반의 신용카드 및 예·적금 추천 서비스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소액으로 이용 가능한 주식 및 보험 상품도 선보일 방침이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페이를 통한 후불결제 서비스도 고려하고 있어 향후 온오프라인 결제처 확대와 송금 시장 내 점유율 확대로 견조한 거래액(GMV)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래에셋대우의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공시와 관련해 "비대면 채널 강화와 투자자산 가치 증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네이버의 금융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 채널을 강화하고, 다양한 계층의 금융 빅데이터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사업이나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의 라이센스를 얻으면 네이버 비대면 채널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함으로써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는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전략적 제휴 관계를 형성하면서 협업의 성과물을 하나둘씩 내오고 있다. 2016년 12월 1000억원 규모 신성장 펀드를 조성했으며 이듬해 5000억원 규모 상호 지분투자를 결정했다. 작년엔 아시아그로스펀드를 공동 조성했는데 2000억원으로 시작한 이 펀드는 현재 1조원 규모로 덩치가 커졌다.
두 회사는 네이버페이와 미래에셋대우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간 연계사업을 추진하는 등 간편결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은 네이버와 손잡고 '퀵 에스크로'란 소상공인을 위한 결제대금 선 정산서비스를 지난해 선보이기도 했다.[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