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경색을 불러온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지난해 단기채권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단기사채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112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단기사채는 기업이 만기 1년 이하, 1억원 이상 발행 등 일정 요건을 갖춰 발행하는 사채다.
단기사채 발행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증권사의 발행금액이 급감하면서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1년과 지난해 단기사채 발행금액에서 증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7.5%, 39%로 가장 높았다.
특히 지난해 증권사의 단기사채 발행 금액은 438조1000억원으로 전년 715조원 대비 38.7% 급감했다. 지난해 9월말 시작된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돈줄이 마르자, 증권사들의 유동성이 줄어들고 단기사채 발행 금액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 증권사 단기사채 발행 금액은 305조7000억원에 달했으나, 하반기에는 발행이 위축되며 133조원에 그쳤다.
이밖에 유동화회사의 발행 금액은 313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6% 증가했다. 일반기업 및 공기업은 187조6000억원을 발행해 81.4% 증가했으며, 카드·캐피탈 등 기타금융업 발행 금액은 전년 대비 9.3% 줄어들었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상반기까지 증권사의 단기사채 발행 금액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하반기 들어 금융 상황이 안 좋아지고, 금융 당국의 위험 관리 요구 등으로 인해 발행 금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보면 일반 단기사채는 809조3000억원이 발행되며 전년 대비 20.7% 감소했다. 반면 유동화 단기사채 발행 금액은 313조4000억원으로 작년보다 40.6% 증가했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단기사채 발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A1 등급의 발행 금액은 1037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A2 이하 등급의 발행 금액은 85조원으로 1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