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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퇴직연금, 국민연금이 운용한다면?…국회법 발의에 갑론을박

  • 2024.11.29(금) 10:00

국민연금에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 맡기는 법안 발의
2%대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국민연금 수익률 더 높아
금융권 "통계 잘못 해석…다층연금체계 무너질 수도"

국민연금공단도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면서 관련 논의가 연금시장의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치권은 '국민연금공단의 연금 운용 수익률이 더 높다'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에 찬성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금융권에서는 현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낮은 것은 대부분 원리금보장형에 묶여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시장을 흡수하면 공공기관의 민간기업 경영 참여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한다.

퇴직연금, 국민연금이 운용하면 수익이 오른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개정안은 국민연금공단에 100인 초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기금형 퇴직연금' 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퇴직연금 지배구조는 계약형과 기금형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계약형 퇴직연금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회사 또는 근로자 본인)가 직접 퇴직연금 사업자(금융회사)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반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노·사·외부 전문가 3자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를 만들어 연금을 관리·운용하는 체계다. 미국과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기금형 지배구조가 더 일반적이다.

한 의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되,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위해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운용을 맡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재 계약형 퇴직연금 위주이고, 원리금 보장형 선호로 수익 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로의 확대 개편과 아울러 역량 있는 사업자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최근 5년간 연 환산 퇴직연금 수익률은 2.35%, 10년 동안 올린 수익은 2.07%에 그친다. 반면 국민연금은 2017년~2021년 5년간 연평균 7.63% 수익률을 냈다.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운용한다면 수익률이 큰 폭으로 늘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푸른씨앗)를 운용모델로 한 기금형 퇴직연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국민연금 비대화 우려…"기금형은 찬성"도

다만 이해관계가 첨예한 금융권의 반대가 거세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의 운용 수익률이 금융사 운용 수익률보다 높다는 통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권에 맡기는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들 선택에 의해 원리금보장형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라며 "수익률 비교를 할 때 원리금보장형은 제외하고 계산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작년에도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크게 차이가 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기수익률 지표인 5년 및 10년 연환산 수익률은 증권업계가 각각 2.93%, 2.45%이며 은행권은 각각 2.15%, 1.93% 수준이다. 그러나 2023년 증권업계의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은 13.89%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은행권 12.93% △손해보험 12.38% △생명보험 11.96% 순이다. 

2023년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수익률/그래픽=비즈워치

설사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퇴직연금을 운용하더라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수익률이 같아질 수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연금 수령 시기가 정해져 있지만,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현금화 시기가 상대적으로 고정된 국민연금과 유동성 확보도 필요한 퇴직연금은 운용 목적과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다층연금체계가 무너지면서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연금제도는 현재 국민연금(1층), 퇴직연금(2층), 개인연금(3층)으로 이뤄졌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함께 운용하게 되면 이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국민연금공단이 운용을 잘 못하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함께 손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주식시장 영향도 비대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퇴직연금 시장까지 장악하면 대부분 회사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 될 것"이라며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자체는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남 연구위원은 "성공적인 퇴직연금제도로 평가 받는 호주의 경우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기금간 경쟁 구도의 활성화를 꼽을 수 있다"며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한 찬성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퇴직연금 운용을 맞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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