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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證 이사진 합류하는 김동준…법 해석상 '기타비상무이사' 역할

  • 2025.03.20(목) 07:00

오는 26일 정기주총에서 김동준 사내이사 선임예정
'상근 사내이사' 아닌 '비상근 사내이사'로 증권 합류
인베스트먼트‧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 그대로 유지
증권에서 '경영능력' 입증‧'지배력 강화' 과제도 남아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아들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키움증권에 본격 합류한다. 오너일가의 키움증권 합류는 지난 2023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폭락사태로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였던 김 전 회장이 그해 6월 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지 약 2년 만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김동준 대표를 키움증권 사내이사 후보에 올렸다. 하지만 실제 김동준 대표의 키움증권에서의 역할은 상법 상 일반적인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깝다. 현행법상 김동준 대표가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2개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회사인 키움증권 상법상 상근 사내이사로 들어갈 순 없기 때문이다. 

기존 대표직을 내려놓고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들어와 책임과 역할을 다할 수도 있지만 김동준 대표는 기존 대표직을 유지한 채 키움증권 경영에 관여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방식을 택했다. 

자본시장에선 김동준 대표가 해외유학 등 경험을 통해 키움증권의 미국 진출 등 회사의 해외 영업활동을 넓혀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미 2개의 대표직을 겸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동준 대표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키움증권에서 얼마나 경영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하는 지점이다. 

'오너2세 김동준' 키움증권 사내이사 후보 올라

키움증권은 지난 2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주주총회 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오는 26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김동준 대표를 키움증권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키움증권이 지난 2월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린 주주총회 소집결의. 키움증권 이사회는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김동준 대표는 2009년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를 시작해 2014년 다우기술, 2015년 다우데이타를 거쳐 2018년 키움인베스트먼트와 2021년 키움프라이빗에쿼티에 들어갔다. 현재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두 곳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키움증권이 지분 98.2%를 들고 있는 자회사로 1999년 설립한 벤터캐피탈(VC)업체다. 키움프라이빗에쿼티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키움증권이 지분 80%를 보유 중이다. 본래 다우키움그룹 계열사인 한국정보인증이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지분 40%를 보유 중이었으나 지난 2월 25일 키움증권에 지분 전부를 넘겼다. 나머지 20% 지분은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가지고 있다.

김동준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키움증권 이사회는 "미국 유학 등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했고 삼일회게법인, 다우기술 이사, 현재 키움인베스트먼트 및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회계 및 금융 전문가"라며 "높은 전문 역량으로 회사의 기업가치 상승과 회사 발전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 할 것으로 판단해 사내이사 후보자에 추천했다"고 밝혔다. 

사내이사라지만 실제론 '기타비상무이사'

키움증권은 주총 안건에 김동준 대표를 사내이사 후보로 올렸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상근 사내이사는 아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동준 대표가 상근하는 사내이사가 아닌 비상근 사내이사로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상법상 상근하는 사내이사와 김동준 대표가 맡을 비상근 사내이사의 명칭은 둘다 사내이사로 동일하다. 

다만 비상근 사내이사는 상법에 없는 개념으로 실무에서 관행적으로 쓰는 단어다. 상법상 이사는 △사내이사 △사외이사 △그 밖에 상무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이사(기타비상무이사)로 나뉘는데 여기서 사내이사란 일반적으로 상무 즉, 회사 일상 업무에 종사하는 이사를 의미한다. 즉 김동준 대표는 상근 사내이사가 아니기 때문이 상법상 사내이사로 들어온다고 볼 수 없다. 

사외이사 또는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의 일상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 이사를 뜻한다. 그렇다고 다우키움그룹의 오너 2세인 김 대표는 엄연히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여서 사외이사도 아니다. 따라서 김동준 대표가 맡는 비상근 사내이사는 결국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까운 것이다.

김동준 대표가 정식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까운 비상근 사내이사를 선택한 것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라 겸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상근임원은 다른 영리법인의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도록 겸직 제한을 두고 있다. 

따라서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동준 대표가 키움증권 상근 사내이사로 들어오려면 두 회사의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 결국 김동준 대표는 두 회사의 대표직을 내려놓는 대신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까운 비상근 사내이사를 택했다.  

책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기타비상무이사

키움증권에 본격적으로 오너2세가 들어오면서 향후 회사의 경영 방향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직에 오른 엄주성 대표와 오너2세 간의 협업이 잘 이루어질지도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다만 김동준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까운 비상근 사내이사로 들어오는 만큼 회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실질적인 책임에선 다소 벗어나 있을 수밖에 없다. 

사내이사,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의결에 참여하는 등기임원이다. 이사로서의 책임역시 동일하다. 다만 사내이사는 대표이사가 될 수 있지만 사외이사, 기타비상무이사는 대표이사를 할 수 없다. 아울러 현재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김동준 대표 역시 키움증권 비상근 사내이사로 들어오는 이상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할 수 없다. 

김동준 대표는 비상근 사내이사를 택했지만 사실상 기타비상무이사에 가깝다. 그렇다고 기타비상무이사직의 영향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오너2세가 맡는 기타비상무이사는 실질적으로 내부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대표이사는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책임부담은 다소 덜하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 총수일가 이름을 올려놓는 자리로 흔하게 활용하기도 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현재 지배구조법 상 겸직제한을 받는 만큼 김동준 대표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 자리를 내려 놓지 않는 이상 사실상의 책임있는 자리인 키움증권 대표직은 오를 수 없다. 

만약 키움증권에 2023년 SG증권 발 주가폭락‧영풍제지 미수금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난다면 김동준 대표는 비상근 사내이사이기 때문에 책임에선 뒤로 물러나게 된다. 실제 해당 사건이 일어난 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고 사퇴한 바 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난 다면 비상근 사내이사인 김동준 대표가 아닌 상근 사내이사이자 대표이사인 엄주성 대표가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다우키움그룹 지배구조

증권에서 경영능력 입증‧지배구조 강화도 필요

본격적으로 상근 사내이사로 등판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있는 만큼 일단 비상근 사내이사로 들어와 경영수업을 마친 뒤 추후 키움증권 상근 사내이사로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다우키움그룹은 승계체제를 다진 만큼 김동준 대표가 본격적으로 키움증권 경영에 참여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준 대표가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한 승계구도를 완벽히 이루어 내려면 이번 비상근 사내이사를 넘어서는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다만 김동준 대표가 수장을 맡고 있는 키움인베스트먼트와 키움프라이빗에쿼티는 최근 들어 경영실적이 좋지 못하다. 키움인베스트먼트는 2021년 영업이익 118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 영업이익은 25억원으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2023년, 2024년에는 실적이 다소 회복한 상태지만 2021년 실적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있다.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연도별 경영실적

키움프라이빗에쿼티 역시 2021년 영업이익 210억원을 기록했지만 2022년에는 127억원 적자를 냈다. 2023년에는 다시 흑자로 전환했지만 2021년에 기록했던 좋은 실적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키움증권의 2세 승계에서는 현재 증손자회사 구도로 키움증권을 지배하고 있는 지분구조도 다듬어야할 필요가 있다.

현재 다우키우그룹 지배구조는 온라인 정보제공업체인 이머니를 중심으로 '이머니→다우데이타→다우기술→키움증권→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다. 

김동준 대표는 이머니 지분 33.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키움증권을 증손자회사로 두면서 지배하고 있다. 이머니를 중심으로 키움증권을 바로 지배하고 있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주주인 김동준 대표의 지배력도 희석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김동준 대표는 키움증권의 모회사인 다우기술의 지분도 없는 상태다. 대신 다우기술의 모회사인 다우데이타의 지분을 6.53% 보유하고 있다. 다우데이타의 최대주주는 부친 김익래 전 회장(23.01%)이다. 결국 다우데이타 지분을 승계하거나, 옥상옥 지분구조를 단순화하는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김익래 전 회장은 장남인 김동준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삼남매에게 다우데이타 주식 200만주를 증여했다. 이후 2023년 SG증권 발 폭락사태 당시 다우데이타 보유지분 3% 매각해 차익 605억원을 손에 쥐어 논란이 일었던 김익래 전 회장은 당시 증여세 및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다우데이타 지분 증여에 대한 세금 부담이 있는 만큼 향후 이머니와 다우데이타가 합병해 김동준 대표의 키움증권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또는 다우데이타와 다우기술이 합병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김동준 대표는 키움인베스트먼트, 키움프라이빗에쿼티 대표를 역임하면서 평소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와 안면을 쌓아 왔다"며 "기존 대표직은 내려놓지 않고 키움증권에서는 글로벌 사업 자문역할을 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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