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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남은 고려아연 정기주총, 의결권 자문사 "견제 필요, 장악은 곤란"

  • 2025.03.25(화) 08:47

국내외 자문사 5곳 모두 고려아연 거버넌스 지적
현 이사회 견제 위해 영풍·MBK 측 후보 진입 필요
이사회 비대화는 우려…이사수 제한 정관변경 찬성
주총 직전 법원 가처분 변수...인용·기각시 판도 달라져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영풍‧MBK파트너스 측 일부 이사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하고, 고려아연 측 감사위원 후보에는 자문사 대다수가 반대 의견을 냈다.

다만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수 상한 제한 안건에는 모두 찬성했다. 이사회가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이지만, 이 안건이 가지는 의미를 감안할 때 영풍·MBK 측이 한꺼번에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형진 영풍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사수 상한 정관변경 모두 찬성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 국내 의결권 자문사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서스틴베스트는 오는 28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총 안건 분석을 완료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한 고려아연과 영풍‧MBK의 경영권 분쟁이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이사수 상한(19명) 설정을 위한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이 주요한 안건으로 꼽힌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비대화를 통한 경영활동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이사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을 주총 안건으로 올렸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는 3인 이상으로 한다'로만 되어있는데 '3인 이상 19인 이하'로 상한을 명시하는 내용이다.

국내외 5곳의 의결권 자문사는 모두 이사의 수를 제한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이사회 규모가 지나치게 커져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이 커지진다는 이유이지만, 한꺼번에 영풍·MBK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경계하는 시각이 담겨 있다.

이 안건에 대해 영풍·MBK는 자신들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는 시기를 늦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려는 목적이라며 반대한다.

이사회 견제 필요 의견 일치

이번 정기주총은 지난 1월 임시주총처럼 먼저 진행한 안건의 표결 결과에 따라 이후 안건 내용이 달라지는 이른바 '경우의 수'로 진행한다. 만약 이사수 상한 안건이 가결되면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이사 8명만 선임(3호 안건)한다. 반면 이사수 상한 안건이 부결되면 이번 주총에서 이사를 몇명 뽑을 지(고려아연 12명, 영풍·MBK 17명 제안) 결정후 집중투표로 표결에 들어간다.

의결권자문사들은 이사수 상한에 모두 찬성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한 3호 안건 분석 결과가 자문사들의 실질적 견해다. 

자문사들은 최윤범 회장이 주도하는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를 견제하기 위해 영풍‧MBK 측 후보가 이사회로 진입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찬성한 숫자와 후보는 각각 달랐다.

2025년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의결권 자문사들의 주요 의안 분석

우선 ISS와 서스틴베스트는 영풍‧MBK 측에 힘을 더 실어주는 판단을 내렸다.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를 모두 반대했다.

ISS는 고려아연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동이 거버넌스에 문제점이라 지적하면서 반대를 권고했다. 서스틴베스트는 고려아연이 전체주주의 이익보다 경영권 방어를 우선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주주제안 측 후보 찬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ISS와 서스틴베스트는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도 이사선임 관련, 영풍·MBK 후보 중 일부에 찬성하고 고려아연이 내세운 후보는 모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와 ESG기준원은 영풍·MBK 후보를 더 많이 찬성했지만 동시에 고려아연 측 후보에 대해서도 일부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 후보 가운데 박기덕, 권순범 후보의 선임에는 반대하고 김보영,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는 지지했다. 앞서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 후보만 찬성하고, 영풍‧MBK 측 후보를 전원 반대한 것과 달라졌다. ESG기준원은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후보만을 지지했다.

두 자문사는 이사회 내 독립성과 견제 기능 강화를 위해 영풍‧MBK 측 일부 이사 선임이 필요하다고 보는 동시에 기존 이사회의 전면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에서 이사회와 주주제안 측 후보를 혼합해 선임할 것을 권고했다.

ESG연구소는 유일하게 고려아연 후보를 더 많이 찬성했다. 이사회 견제를 위해 영풍‧MBK 측 일부 이사의 선임이 필요하다 봤지만, 고려아연의 경영안정성 측면에서 기존 경영진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박기덕,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권순범 등 4명의 이사에 찬성을 권고했다. 영풍‧MBK 측 후보 중에서는 강성두, 김용진, 변현철 3명을 지지했다.

ESG연구소를 제외한 4곳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은 고려아연 현 이사회의 거버넌스 문제를 지적하면서 영풍‧MBK 측 이사가 진입해 견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거버넌스 문제를 견제하지 못한 책임이 감사위원회에 있다고 보고 감사위원 후보 모두에게 반대 권고를 내렸다.

고려아연은 기존 사외이사였던 권순범, 이민호 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이와 함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로 서대원 전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반면 ESG연구소는 3명의 후보가 별다른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에서 유일하게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주총 판도는 법원 판단에 달려

사흘 남은 고려아연 정기주총의 최대 변수는 법원의 가처분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호주 자회사를 활용해 영풍과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사용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자신들의 의결권을 제한한 데 반발해 법원에 의결권 행사 허용을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법원 판단은 주총 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인정하면, 이사수 상한 안건은 부결된다. 특별결의 사항인 만큼, 전체 주주의 3분의 1만 반대해도 통과할 수 없는데 의결권을 과반 가까이 보유한 영풍·MBK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수 상한 부결시에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를 몇명 선임할 지(고려아연 12명, 영풍·MBK 17명 제안) 결정 후 집중투표로 표결에 들어간다. 이 경우에도 이사를 17명 선임하는 영풍·MBK측 안건으로 주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진행하면 영풍‧MBK 측 이사 후보가 대거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이사 선임 안건은 집중투표제로 진행되지만, 영풍이 지분을 바탕으로 표를 몰아줄 경우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를 대거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어서다. 다만 고려아연 측도 집중투표제로 일부 후보를 당선시킬 수 있어 이사회 장악은 방어할 수 있다.

반대로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 영풍은 또다시 의결권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사수 상한 안건이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이번 주총에서는 8명의 이사를 집중투표 방식으로 선임하는데 앞서 임시주총처럼 고려아연 측 후보가 대거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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