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척결 의지를 밝힌 가운데 금융당국도 조사 체계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 과제로는 거래소, 금감원, 금융위, 검찰 등 조사·수사 인력의 강화와 절차 완화가 손꼽힌다. 아울러 조사권한 확대에도 무게가 실린다. 특히 초동 조사를 담당해온 금융감독원의 강제수사가 가능해질지 이목이 쏠린다.

인력 확대·절차 완화가 단기 과제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시장 감시 인력 증원과 권한 확대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금융당국과 협의하는 데 동의한다"고 밝힌 데 따른 조치다.
당국 안팎에서는 단기간 내 조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인력 보강과 조사 절차 간소화가 거론된다. 현재 불공정거래 조사는 한국거래소 심리, 금융감독원 조사, 금융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치를 확정하고, 필요시 검찰 수사를 진행한다. 사건 발생부터 조치 확정까지는 평균 1년 가량 소요된다.
통상 한국거래소가 공시나 주가 흐름, 언론 보도를 통해 이상 거래를 포착하면 금감원에 심리 결과를 넘기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된다. 금감원은 상장사, 증권사, 예탁결제원 등에서 정보를 확보해 1차 조사를 진행하고 이후 혐의자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벌인다. 일정 수준의 혐의가 확정되면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조치가 결정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혐의자 소환부터 대면조사까지 최소 한 달은 걸린다"며 "조사를 직접 해본 입장에서 효율화를 위해선 심리나 조사 기간 자체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사 권한 키우기 '기대감'…신중론도
조사 권한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 역시 조사 권한 확대에 대해 "큰 문제가 없다"며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다만 인력 확대와 절차 완화와 달리 법 개정이 필요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가장 환호하는 건 금감원이다. 조사 초동 단계를 담당하지만 강제조사 권한이 없었던 탓에 내부에선 아쉬움을 토로해왔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과 관련해 "집행기구로서 금감원이 좀 더 권한을 갖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실효성 있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체계가 있다면 기소 의견을 얻어내는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지지 않을까"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현재 금감원이 가진 권한은 임의조사에 한정되며 압수수색, 통신조회, 포렌식, 현장조사 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혐의자가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경우 증거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무혐의'로 사건을 자체 종결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는 게 금감원 조사국의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공정거래 근절이 목표라면 조사국과 특사경에 강제수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며 "무리한 조사를 막기 위해 기관 간 건전한 경합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원이 무자본 특수법인이라는 점에서 강제수사권 부여에 신중론도 있다. 수사권은 원칙적으로 행정부 내 국가기관만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조직이 설치된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권한 확대에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특별사법경찰은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특정 분야 위법행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애초 금감원은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가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하면서, 금융위원장이 추천하고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지명한 금감원 직원도 자본시장 범죄에 한해 특사경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에 특사경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금감원이 정부 조직이 아닌 민간법인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이어졌다. 실제 특사경 조직이 출범한 건 4년이 지난 뒤인 2019년이었다.
특사경의 수사범위는 상위기관인 금융위의 견제를 받고 있다. 법적으로는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에 대해 수사할 수 있지만, 금융위원회 내부 운영 규정상 증권선물위원회가 검찰에 이첩하기로 결정한 사건에만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사실상 자체 인지수사는 불가능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민간 조직인 만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유사한 논란이 제기돼 금융위원회 산하에 자본시장조사단을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