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워 AI(인공지능) 산업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AI 분야에만 2조원의 자금을 집행한 데 이어 관계부처와 민간 금융권이 함께 유망기업을 찾는 성장기업발굴협의체도 가동했다. 정책금융이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AI 반도체와 파운데이션 모델,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을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키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국민성장펀드 AI 분야 4건 2조원 지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2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 본사를 방문해 생산·연구시설을 둘러보고 AI 관련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LG AI연구원, 뤼튼 AI, 로앤컴퍼니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금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가 함께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올해 1~4월 총 11건, 8조4000억원 규모의 승인 실적을 냈다. 이 가운데 AI 분야 지원은 4건, 2조원이다. AI 분야에만 전체 승인액의 약 24%가 집중된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리벨리온과 업스테이지에 각각 6400억원, 56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에는 인프라 투융자 방식으로 4000억원을 공급한다. 첨단 AI 반도체 1만5000장 확보와 국산 AI 반도체 판로 확대를 뒷받침하는 취지다. 네이버에는 독자 LLM(거대언어모델) 고도화와 포털 서비스 전반의 AI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4000억원 규모 저리대출을 승인했다.
금융위가 AI 산업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소버린 AI' 경쟁이 있다. 소버린 AI는 외국산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빅테크 기업 모델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연산 인프라와 데이터, 모델 역량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이날 이억원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AI 산업에는 장기 자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소버린 AI의 길은 단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짧은 경주가 아닌 만큼 모험자본과 인내자본이 반드시 필요하고 금융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제는 금융정책과 산업정책이 따로 갈 수 없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금융은 재무제표와 담보중심의 관점에서 기술과 데이터, 인재와 생태계의 가능성을 읽어내는 ‘산업을 이해하는 금융’으로 진화해야 한다"며 "현장과 자주 소통하며 대한민국 AI 생태계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금융도 같이 뛰겠다"고 덧붙였다.후속 투자 후보군 넓힌다
금융위는 AI 분야 자금 집행과 함께 국민성장펀드의 후속 투자 후보를 선별하는 절차도 구체화했다. 금융위는 전일 손영채 국민성장펀드추진단장 주재로 '성장기업발굴협의체' 공식 운영을 위한 설명회를 열었다. 협의체는 관계부처와 민간 금융권의 추천을 받아 첨단전략산업 유망기업을 능동적으로 발굴하는 기구다.
협의체는 지난 4월 열린 제2차 국민성장펀드 전략위원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특정 분야나 기업에 투자가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성장기업발굴협의체는 각 기관이 핵심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유망기업을 금융위 국민성장펀드추진단에 추천하면 산업 분야별로 유관부처, 제안처, 산업은행 등이 함께 검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금융위는 산업 분야별 우선 선별기준을 마련해 산업은행에 제안할 유망기업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별 과정에서는 생태계 파급효과와 성장잠재력 등을 바탕으로 산업별 특성에 맞는 세부 기준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복지부·식약처가 추천하는 바이오 분야 투자 건은 임상 3상 이상을 추진 중인 유망기업을 중심으로 논의한다. 또 과기정통부 추천기업은 AI 반도체와 AI 서비스 등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소버린 AI 관련 유망기업을 중심으로 검토하는 식이다.
손영채 국민성장펀드추진단장은 협의체에 대해 "개별 산업 현장에서 유망기업을 잘 아는 관계부처와 기업의 재무상태 및 시장성을 잘 아는 금융권의 목소리를 경청해 국민성장펀드 투자 대상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안테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부처가 운용하는 정책펀드, 국가 R&D(연구개발) 단위과제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에 필요한 충분한 규모의 투자건 중심으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