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증권사들도 사상 최고 실적을 쓰고 있지만, 그만큼 증권업 내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하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기회가 왔을 때 늘어나는 중장기 이익기반을 확고하게 다지려는 움직임이 다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찐' 외국인 잡아라...외국 증권사와 '협력' VS '인수'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외국인 개인투자자 수급경쟁이다.
하나증권이 지난해말부터 홍콩 엠페러증권, 일본 캐피탈 파트너스와 각각 손잡고 홍콩과 일본에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고, 지난 7일에는 삼성증권이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인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직 시범서비스 단계라는 점에서 판단은 이르지만 외국인 통합계좌는 중장기적인 외국인 수급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해외 현지의 외국인들은 한국 증권사에 계좌를 별도로 만들지 않으면 한국내 주식에 직접투자가 어렵다. 하지만 외국인 통합계좌에서는 해외 현지에서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한국 증시에 상장한 각종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 한국 투자자들이 한국증권사를 통해서 미국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외국인 통합계좌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하면 외국인 수급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이에 하나증권과 삼성증권 외에도 이미 여러 증권사들이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키움증권이 미국 위불(Webull)과 올초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메리츠증권도 위불과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지난 1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외국인 통합계좌를 통해 해외 투자자의 한국 시장 접근성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자들과 정보교류를 할 수 있는 '모음' 커뮤니티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보다 공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오는 6월 홍콩법인을 통해 글로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는 것과 함께 미국 증권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홍콩에서 출시할 글로벌 MTS처럼 미래에셋증권이 인수할 미국 증권사의 계좌에서 현지 개인투자자들이 한국에도 자유롭게 투자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이강혁 미래에셋증권 CFO는 "미국 증권사 인수가 마무리 단계"라며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작은 성과만 내더라도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과가 될 수 있으며 전혀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투자의 '미래', 운용의 '한투'...발행어음 경쟁도 가속
또 다른 측면에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빅2'(미래에셋·한국투자) 증권사의 경쟁도 주목받는다.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기술기업 직접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업계 최대규모인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운용중심의 수익화에 공을 들인다.
1분기말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투자목적자산은 스페이스X 등 혁신기업에 6조원, 대체투자자산인 부동산 등 인프라 실물자산에 2조원, 기업금융 등 영업관련 자산에 4조원 규모를 갖고 있다.
특히 혁신기업 투자자산의 대표격인 스페이스X에 대한 최초 투자금액은 8000억원 수준이지만, 현재 장부상 가액은 3조3000억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났다. 미래에셋증권은 6월말 스페이스X가 상장할 경우 추가로 1조3000억원 정도의 가치가 더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형사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모험자본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말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시작한 한국투자증권은 1호부터 4호 상품까지 연이어 출시하면서 1분기말 현재 IMA 설정잔고가 2조5600억원에 달했다. 개인이 전체 투자자의 76%를 차지할 정도로 투자자 유입도 성공적이다. 같은 시기 사업권을 따 냈지만, 2차례 2000억원 규모로만 IMA를 발행한 미래에셋증권과는 차이가 크다.
같은 흐름에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고도 불어났다. 한국투자증권의 1분기말 발행어음 잔고는 21조63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4조200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금융에서 21%가 증가하는 등 IMA와 발행어음을 기업금융과 대체투자의 자원으로 활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고 있다.
이밖에도 NH투자증권이 지난 4월부터 IMA를 본격 시작했다. 발행어음 시장에는 KB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도 가세했다.
지난해 12월 발행어음 인가 후 올 1월부터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 하나증권은 4월까지만 7000억원을 발행했다. 올 2월부터 발행어음을 출시하기 시작한 신한투자증권도 이미 2400억원 규모를 발행했고, 올해 100bp(1%포인트) 수익률을 목표로 잡았다.
자본요건을 갖추고도 아직 발행어음업 진출을 하지 못한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도 마음이 조급하다. 자기자본 8조원에 임박한 삼성증권은 발행어음뿐만 아니라 IMA까지 고려한 사업계획을 세웠다.
고영동 삼성증권 부사장은 지난 12일 분기실적 발표에서 "배당성향은 50%까지 확대할 계획이지만, 향후 일정 수준의 자본을 요구하고 있는 IMA 등 신사업 추진 경과를 고려하면서 속도를 종합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1분기말 기준 자기자본은 7조7000억원 수준으로 올 연말 8조원대 초반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MA사업을 위해선 자기자본 8조원을 넘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