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조만간 당정협의를 거쳐 제4 이동통신사 허가 기본계획과 함께 주파수 할당 공고를 낼 계획이다. 가계통신비 절감과 투자활성화 정책이 핵심 이유다. 하지만 제4 이통 정책에 대해선 아직도 찬반이 분분하다. 또 매번 사업허가를 신청했던 후보자도 자격조건 미달로 드러나 정책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제4 이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와 제4 이통 등장시 산업 경쟁력이 추락할 것을 우려하는 업계, 궁극적으로 후생을 증진시키야 하는 소비자 사이에서 해법이 무엇인지 살펴본다.[편집자]
팬택의 청산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독주가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휴대폰 출고가격이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등 소비자 후생이 저하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과점 양상이 짙어지자, 정부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제3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시장에 진입시킨 뒤 삼성전자·LG전자의 제조설비를 공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특혜를 주기로 했다. 신규 사업자에겐 세금은 대폭 감면해주기로 했다.
위 글은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정부가 휴대폰 제조 시장에 개입해 사업자 수를 조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동통신시장에선 가능하다. 이동통신은 정부가 관리하는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기초로 사업하기 때문이다. 즉 규제산업이라 가능하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이동통신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려 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3사로 과점양상이 굳어지면서 치열한 요금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른바 제4 이통사를 시장에 진입시켜 경쟁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더불어 신규 사업자가 새로운 네트워크 투자를 할 경우 수 조원의 투자효과가 나타나며, 일자리 창출도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통산업은 정비, 네트워크, 서비스 운용에 이르기 까지 직·간접 고용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제4 이통사가 파격적인 요금제를 선보일 경우, 선발 이통3사도 요금경쟁에 동참해 소비자 후생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5년간 6차례 시도..'매번 실패'
정부는 구(舊) 방송통신위원회 시절인 2009년부터 지금껏 여섯 차례나 제4 이통사 신규허가 신청을 받았다. 가용주파수 대역은 시대에 따라 달랐다. 초기에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밀었던 와이브로(wibro) 사업을 위해 주파수를 할당했고, 2013년부터는 LTE 용도 허가를 진행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제4 이통사업을 위해 새롭게 컨소시엄이 구성된 KMI가 매번 사업신청서를 냈지만 주주구성이나 재무건전성 등 문제로 탈락했다. KMI측은 초반 정부 심사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제기를 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의 낮은 평가점수에 신규 사업권을 함부로 내줄 수 없다는 원칙론을 폈다. 반면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풍부한 다른 대기업들은 제4 이통사로 참여하는데 대한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과연 정부가 제4 이통사 시장진입에 관심이 있느냐는 의문이 나왔다. 정부가 보기에 제4 이통사가 정말로 필요했다면, 어떤 정책수단이라도 내놓고 제대로 된 사업자로 하여금 신청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이란 얘기다. 수 조원씩 들어갈 이통사업에 KMI 처럼 새롭게 꾸려진 중소규모 회사만 매번 지원했다가 탈락하는 과정이 반복되니 더욱 그랬다.
◇이번엔 다를까..'7번째 추진'
정부는 이달말 또는 내달초 제4 이통사 선정을 위한 추진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공청회 등을 거쳐 제4 이통사 설립 기본계획을 확정한다.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9월중 사업자 공고를 마치고 연내 사업자 선정을 끝낼 계획이다. 신규 사업자는 내년부터 설비투자를 집행해, 2017년 4개 이동통신사의 전국 서비스 경쟁 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사업자 선정 계획에는 이동통신용 2.5GHZ대역 주파수 우선할당 외에도 접속요율 차등 폭 확대, 네트워크 로밍 의무화 등 신규사업 지원방안도 함께 나올 전망이다.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를들어 정부가 책정하는 상호접속 차등요율 폭이 확대되면 신규 사업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A통신사 가입자가 B통신사 가입자에게 전화를 걸면, A통신사를 B통신사 망을 이용한 대가를 지불한다. 일종의 통행료인 셈인데, 신규 사업자에게는 다른 사업자 보다 통행료를 조금만 내도록 혜택을 주겠다는 전략이다. 또 신규 사업자는 아무리 빨리 설비투자를 시작해도 사업권을 받고 즉시 전국망을 구축할 수 없다. 자연히 네트워크 품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사업시작 5년간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전국통신망도 공동사용(로밍)하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서민경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대선공약과 국정과제로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적극 추진중이다"면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입장에서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 발표 후속탄으로 제4 이통사라는 카드를 꺼내,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