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전격 인수키로 결정하면서 방송통신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방송통신 시장내 생존자는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무선통신 사업자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즉 무선통신의 시장지배력이 유선통신을 넘어 방송시장으로 까지 전이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 2009년 KT-KTF 합병 당시 경쟁사 였던 SK텔레콤이 "KT의 유선시장 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견제했던 것과 비교하면 정반대 현상이다.
◇`시장 리딩 논리` 한순간에 변했다
2009년 KT가 자회사 KTF와 합병한다고 발표했을 때 방송통신시장이 출렁였다.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막상 시장내 '공룡'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에 대한 경계였다.
특히 KT-KTF 합병 당시 SK텔레콤 등 경쟁사들이 반대논리로 활용했던 것 중 하나가 필수설비다. 유선 후발사업자는 전신주와 같이 각 가정으로 연결되는 연결수단을 모두 확보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KT나 한국전력이 보유하고 있는 설비를 빌려써야 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KT-KTF 합병시 필수설비 독점력이 커질 수 있고, 이로인한 네트워크 격차가 유무선 통신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의 원천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KT가 유선전화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어, 유선지배력이 무선시장으로 옮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경쟁우위에 있는 유선전화를 토대로 결합상품을 출시하면 후발업체들은 경쟁대응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었다.
지금 유선의 지배력 전이를 우려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시장의 판도는 무선통신이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장 이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뚜렷해졌다. 게다가 무선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방송시장까지 이끌려는 움직임이 일자 업계의 우려는 더욱 깊어졌다.
위성방송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이제 방송시장은 돈 있는 통신사업자가 쥐락펴락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머니게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무선지배력이 유선·방송에 전이될수도
KT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통신에 이어 방송까지 독점력을 확대시켜 공정경쟁을 훼손하고, 시장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그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경쟁 활성화, 공정경쟁, 방송통신산업 육성정책과 정면 배치된 일이란 주장이다.
또 플랫폼 1위 사업자 SK텔레콤과 콘텐츠 1위 사업자 CJ E&M의 상호 지분 보유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해 글로벌 경쟁력도 낮추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의 무선 지배력은 유선시장에 지속적으로 전이되어 왔다"면서 "한국이동통신 인수로 통신사업 진출, 신세기통신 인수로 무선 지배력 확보, 하나로통신 인수로 유선에도 진입했으며, 이제는 CJ헬로비전 인수로 방송까지 장악하려는 의도다"고 말했다. 그는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방송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지배력이 확대되며, 유선에 이어 유료 방송 서비스까지 무선의 끼어 팔기 상품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방송의 공공성이 훼손되고 유선방송 산업은 고사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하면 유선방송구역 78개 중 23개 구역에서 SK그룹의 유료방송 점유율이 60%를 넘게 된다. 또 지역 보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SK그룹이 실질적인 보도 채널을 소유·운영하게 되어 방송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소비자 이익 저해 등 소비자 편익 저해, 무선시장 지배력 전이에 따른 경쟁 활성화 저해, 불공정 행위 양산, 시장 고착화의 영향으로 창조경제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우량주파수인 800MHz 대역을 독점하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시장 독점력을 유선시장까지 확대한데 이어 이번에 CJ헬로비전 인수를 통해 이통시장을 넘어 유료방송 시장까지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합병해 800MHz 주파수 독점과 이동전화 시장내 56%라는 사실상의 독점적 위치를 갖는 사업자의 출현이란 점을 감안, 경쟁 제한적 요소가 높다고 판단해 정부는 시장 점유율을 50%미만으로 낮추는 등 조건부 인가를 받은 바 있다. 또 지난 2008년 정부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당시,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지배력 전이로 소비자 후생이 급속히 감소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SK텔레콤이 독점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주파수의 로밍을 허용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SK텔레콤의 이통시장의 시장 지배력을 통해 향후 유료방송 시장으로 확대,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과거 하나로텔레콤 인수 당시 시장 지배력 전이 문제가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료방송시장에서 CJ헬로비전은 14.5%(9월말 기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11.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SK그룹군의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단번에 26.0%로 뛰어올라 KT그룹군의 29.2%와 대등하게 된다. 초고속인터넷은 CJ헬로비전 4.5%와 SKB 25.5%가 합쳐져 30.0%를 보유하게 된다.
유료 방송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무선 시장 점유율에 따라 시장 지배력이 전이되어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고사 상태로 내몰릴 수 있으며 시장 지배력의 전이 문제로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지난주 제4이동통신 사업자 신청을 받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조만간 심사위원단을 꾸려 심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현재로선 신규 허가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사업자들의 재정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제4이통사 선정이 안된다면 정부로서 할 수 있는 이통시장 경쟁활성화 카드는 알뜰폰 사업 육성이다. 이런 측면에서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정부의 정책카드 효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T 관계자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 인수도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SK텔레콤 이동전화 가입자는 알뜰폰 포함 전체시장에서 51.5%로 높아지게 된다"면서 "알뜬폰 시장에서 SK그룹군은 60.9%를 확보하게 돼 독점구조가 한증 더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CJ헬로비전의 알뜰폰 가입자는 주로 KT의 망을 임차해 사용하고 있어 SK그룹군의 순증과 KT그룹군의 순감 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우려다.
즉 KT망을 이용하는 85만 알뜰폰 가입자를 SK텔레콤이 관리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결국 사업자 이익에 치중함으로써 85만 고객의 서비스 편익은 뒷전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손익계산 분주..바빠진 로펌·교수진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로 인해 로펌과 학계도 분주해졌다. SK텔레콤은 물론이고 KT, LG유플러스, 케이블TV 업계에 이르기 까지 각자에게 우호적인 합병상황을 만들기 위함이다.
우선 합병을 위해선 미래부, 방통위, 공정위 등 규제기관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합병승인이 안날 수도 있고, 합병승인 나더라도 인가조건을 달리면 합병효력을 반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시 공정위는 인수조건으로 2001년 6월말까지 SK텔레콤의 시장점유율을 56.9%에서 50% 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또 자회사로 있는 휴대전화 제조사 SK텔레텍으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했다. SK텔레콤 자회사로서 타 이동통신업체에 휴대전화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휴대전화 생산량까지 규제한 것이다. 결국 SK텔레텍은 2005년 팬택에게 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