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이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 사업에서 손을 떼는 '완전 자급제' 도입에 긍정적인 의사를 재차 밝혔습니다. 지난 4일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이 함께 만든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 출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입장을 짧고 명료하게 말했습니다. 답변의 내용과 태도를 봤을 때 추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입니다.
잠시 4일 질의응답 상황을 재현해 보겠습니다.
기자들이 박 사장을 둘러싸고 '완전 자급제 도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물었고요.
박 사장의 대답은 "자급하면 좋지 않을까"였습니다. 명랑한 목소리였습니다. 언급이 더는 없어 구체적으로 어떤 의도가 담겼고 어떤 계획이 있는지 알 방법은 현재 없습니다. 그러나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는 점을 보면, 완전 자급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결과에서 비롯한 발언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에둘러 답하지 않고, 시장이 예상했던 속내를 보여줘 박 사장의 완전 자급제 관련 발언에 무게가 더욱 실립니다.
박 사장은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에 대한 질문에 "알잖아. 노력할게"라고 했는데요. 정부의 일방적인 통신비 인하 압박에 대한 불만을 감추지 않으면서 이를 다소 친근한 말투로 표현한 것이라 보입니다. 보편 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도 "최대한 더 노력할게"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소개한 세 가지 답변 모두 낮춤말 이었는데요. '궁서체'로 답변해 진지한 해석을 이끄는 것보단 친근하고 부드러운 언어를 써서 부드러운 반응을 얻으려는 전략을 택했다고 해석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습니다.
올해 SK텔레콤 수장으로 돌아온 박 사장은 지난 2013년 2월 SK㈜ C&C로 옮기기 전까지 SK텔레콤에서 신세기통신 인수합병을 이끄는 등의 경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통신 시장에 친근함이 있을 법도 하고요.
민감한 질문을 외면하지 않고 추측됐던 속내를 그대로 꺼내어 확대 해석이나 억측을 막았다는 점에서 보면 괜찮은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갖췄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동쪽을 말하고 서쪽을 치는 성동격서(聲東擊西)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까진 이런 평가가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울러 통신 이외의 신사업에 대한 강한 목표 의식을 드러낸 대목에서도 박 사장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고 있습니다.
박 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시장 진출과 관련한 질문에 "인터넷은행의 BM(비즈니스모델)보다는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하나금융과 함께 새로운 고객 기반을 쌓아 인정받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통신비가 비싸다는 국민 비난을 들으면서 늘 요금인하 압박을 받고, 마케팅 경쟁은 경쟁대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은 CEO로 인정 받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난 셈입니다.
물론 완전 자급제 도입을 지금 당장은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통신사, 제조사, 유통업체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 중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고 SK텔레콤의 이동통신 가입자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 사장은 그동안 SK텔레콤, 신세기통신, SK하이닉스 등 SK그룹의 '캐시카우'가 된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주도한 인물입니다. 새로운 획을 긋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가 어떤 행보로 인정을 받을지 관심이 더욱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