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입자 수 1억명이 넘는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2년이 넘었죠. 시장진출 초기 공룡의 등장으로 수많은 국내기업이 긴장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넷플릭스는 국내시장에서 성공하고 있을까요.
넷플릭스는 한국이 전략적 중요 시장이라고 매번 밝히지만, 정작 가입자 수 등 성과 지표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은 한국에서 각각 동영상·SNS 분야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반면 넷플릭스는 한국 진출 후 2년 동안 이렇다 할 성적이 나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정도입니다.
2016년 1월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그해 6월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까지 방한해 "한국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한국 자체 제작 콘텐츠를 올해 더 많이 발표할 것"이라며 러브콜을 보낸 바 있습니다.
당시 국내 사업자들은 글로벌 콘텐츠 공룡의 국내 진출 본격화를 두려워하며 넷플릭스와 관련한 사용자 지표, 한국지사 설립 계획 등 정보를 찾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식적인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지난 25일 넷플릭스가 서울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도 '한국 예찬'이 등장했죠.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지역 커뮤니케이션 총괄인 제시카 리 부사장은 "역동적인 제작자 커뮤니티와 뛰어난 스토리텔러들이 있는 한국은 넷플릭스 콘텐츠의 전략적 요충지"라며 한국 시장을 평가했습니다.
그러자 기자들은 한국 시장의 성과와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죠. 하지만 알쏭달쏭한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기자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답변을 유도했으나 넷플릭스 측 발언은 대동소이했습니다.
이들의 답변을 세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넷플릭스는 전 세계 콘텐츠 제작자에 투자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함으로써 유료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 수익 모델이다.
② 광고 수익모델을 운영하지 않으므로 시청률이나 국가별 가입자 수 등 숫자를 공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③ 아울러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이 넷플릭스와 협업해 영상을 만들면 한국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므로 콘텐츠 장르별 시청자 규모라면 모를까, 특정 국가 가입자 지표를 보는 시대는 지났다.
넷플릭스가 최근 발표한 '올해 80억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 계획' 가운데 한국 시장 비중을 묻는 질문에도 '특정 시장이나 콘텐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유연하게 적용한다'고만 답변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기준을 무엇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느냐가 성공의 기준'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지사 설립도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하고요.
결국 넷플릭스에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방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넷플릭스는 한국 시장을 콘텐츠 확보의 장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는 풀이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종합해보면 넷플릭스 측 설명도 이해는 되지만 아직 사용자 지표를 공개할 만큼 성공하진 않았다는 지적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국내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7년 7월 기준 넷플릭스 사용자는 35만명 수준으로 분석됐는데요. 2017년 3월 14만명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증한 것이지만 이들이 실제 유료 가입자인지는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는 작년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이므로 이후 추이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 없습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입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으나, 유료 가입자 수는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발표한 실적 자료를 보면, 미국 가입자 5475만명 중 유료 가입자는 5281만명 입니다.
미국 외 글로벌 시장 가입자 6283만2000명 중 유료 가입자는 5783만4000명 입니다. 즉 약 700만명은 넷플릭스가 진행한 공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한 뒤 사라졌다는 얘기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런 결과를 낳았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서 아무런 영향력이 없지는 않습니다. 국내 사업자들이 앞다퉈 OTT 서비스를 강화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도 하면서 대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는 PC 버전을 내놓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고, KT스카이라이프는 텔레비 라는 OTT를 내놨습니다. 딜라이브, CJ헬로 등은 넷플릭스 콘텐츠를 유통하는 셋톱박스를 내놓기도 했죠.
다만 국내 사업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대응하는 동안 넷플릭스의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입니다. 더군다나 국내 시장은 유료방송이 비싼 미국과 달리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됐고,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무료 이용하는 경우도 많지요.
1년 6개월 전 넷플릭스 CEO의 방한 때와 다르지 않은 서비스 소개 위주로 올해 첫 기자간담회를 꾸린 것을 보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