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그리고 갤럭시S10. 그 이름만으로 묵직하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2011년부터 8년간 세계시장 1위를 지킨 글로벌 브랜드다.
반면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지만 아직은 불안한 키워드다.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했고 일각에서 사기 행태가 나타나면서 부정적인 인식도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가 결합됐다. 아직은 생소한 이름의 '코인덕'은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10에서 이용 가능한 가상화폐(암호화폐) 결제 서비스가 됐다. 코인덕은 2018년 1월 출시된 이더리움 기반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다.
◇ 코인덕은 무엇?
코인덕은 2017년 11월 국내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2018년 8월 분사한 회사다.
갤럭시S10의 가상화폐 간편 결제를 지원하며, 삼성 블록체인 월렛과 직접 연동돼 전국 1000여개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 결제 속도와 가상화폐 규모와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이더리움을 우선적으로 선택했는데, 향후 다른 가상화폐도 적용할 예정이다.
간편성은 삼성전자의 인정을 받은 배경으로 파악된다. 애플 아이폰과 같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제품이나 서비스도 간단하지만 강력한 사용성이 핵심이다.
실제로 코인덕 이용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예컨대 자영업자가 코인덕으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코인덕이 제공한 온라인 '링크'를 손님에게 보여주면 된다. 손님이 링크로 접속한 뒤 가상화폐로 결제하면 된다.
송금도 비슷하다. 링크를 친구에게 보여준 뒤, 그 친구가 링크에 접속해 가상화폐를 전송하면 끝난다. 환전 역시 비슷한 구조로 이뤄진다. 링크를 만들고 공유하면 되는 간단한 방식이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신민섭 코인덕 대표는 "도입하기 쉬운 점이 큰 장점"이라며 "자영업자 입장에선, 기계를 설치하지 않아도 링크 주소만 있으면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명칭도 이해하기 쉬운 의미가 담겼다. 코인으로 덕본다는 뜻이다.
코인덕은 간편한 송금으로 시작해 세계적 핀테크 앱으로 성장한 '토스'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까.
◇ 삼성전자와 만남…비하인드 스토리는?
간편성뿐만 아니다. 양사의 신뢰도 한 몫 했다. 코인덕은 삼성전자의 스타트업(신생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 선발된 이후 긴밀히 협업해 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기회는 갑자기 왔다.
신민섭 대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내 블록체인 관련 TF에서 어느날 연락이 왔다"며 "처음엔 안 믿겼다. 삼성전자가 꽤 도전적인 기업이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라는 초대형 파트너를 만나게 된 이후 사내 반응도 확 달라졌고, 외부에서도 협력 제안이 쏟아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전자라는 대형 파트너를 만난 것 만이 코인덕의 전부는 아니다. 신민섭 대표는 1991년생으로 꽤 젊은 창업자지만, 그동안 3번의 창업 끝에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든 경험의 기업가다. 창업은 사회에 많은 파급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라고 봤고, 블록체인은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했다. 중개자 없는 탈중앙화 콘셉트는 사회를 바꿀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아직은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는 사회를 거의 바꾸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동감한다"며 "블록체인은 가능성이 큰 산업이지만 유스 케이스(실제 사례)가 별로 없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블록체인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사람을 찾아 나섰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를 만났다. 2017년 여름, 서울 을지로에서 열린 블록체인 관련 행사장에서 표 대표를 찾아 블록체인과 실생활을 연결 지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표 대표는 이에 공감해 신 대표를 맞이했다.
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이유는 지난 창업 경험에서 비롯했다.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국내 도입하는 것에는 많은 사업자가 현재도 물음표를 갖고 있지만, 소셜커머스 사업을 하면서 상점 제휴를 경험한 바 있는 신 대표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는 "정부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상점들이 제휴에 응하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있었지만, 상점 제휴 사업을 해봤기 때문에 설득할 자신감이 있었다"며 "한국에는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선두주자로서 1명, 2명, 3명 차근차근 설득하면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았다. 점주를 만나면 서비스 도입보단 가상화폐 자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불확실한 신사업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기 어려웠다. 조금씩 성과를 만들면 다음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면서 진척을 이뤄나갔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기 전, 세계적 관심이 쏠리는 곳에서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해 신 대표를 포함 3명이 평창을 쏘다니며 영업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에는 직원 한명이 평창에 나가서 가맹점 확보에 나섰고, 이후에 저도 가보니 처음 영업했던 그 직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며 "그런 노력 끝에 10곳 정도 도입했고, 첫달에 80곳으로 시작해 온·오프라인에서 10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회고했다.
◇ 한계와 기대
각국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는 당장의 한계로 작용한다. 국경 없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가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데, 국내에서만 이용 가능할 경우 이같은 확장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서다.
법정화폐의 초인플레이션으로 문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기업에서도 사업 제휴 문의가 오지만,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한다. 그는 "암호화폐는 불법이라기보단 비법인 영역이 많다"며 "그런 영역에서 시장을 개선하는 올바른 활동으로 합법 영역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코인덕은 이제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조사와도 접촉을 하면서 확장성을 노리고 있다. 자동차나 금 거래와 같은 영역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거래 규모가 큰 영역에서 신뢰성 높은 서비스와 낮은 수수료로 승부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횡보 장세인 점도 코인덕 같은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의 가능성을 낙관하는 이유가 된다. 물건을 살 때와 팔 때 가상화폐 가격이 지나치게 다르면 누구든 결제 서비스 이용을 주저할 수 있어서다.
신 대표는 "유저 접점을 더욱 많이 확보하는 게 올해의 미션"이라며 "일상에서 널리 쓸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대형 프랜차이즈 등 가맹점 확보와 접점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