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가 너무 커서일까. 건설사에게 변화와 혁신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대내외에 혁신을 외치며 강조하고 있지만 무거운 조직은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고 이로 인해 혁신의 내용과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안정만 추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자 요구에 따른 주거상품 변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사 자체의 혁신도 동반돼야 한다. 아파트 짓고 다리 세우던 건설사가 가전제품을 직접 만들기로 결정하는 그런 것 말이다.
GS건설은 자회사 자이S&D와 함께 공기청정시스템 '시스클라인'을 개발했고 특히 자이 S&D는 이 시스템의 핵심인 빌트인 공기청정기를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공기청정시스템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GS건설만의 차별성은 바로 이 공기청정기에 담겨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다 같은 공기청정시스템이 아니다
최근 주택업계에 불고 있는 바람은 공기청정시스템 개발이다. 미세먼지가 사회‧환경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너나할 것 없이 집안 공기를 어떻게 깨끗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 결과를 내놓고 있다.
현재 공개된 대다수 공기청정시스템은 전열교환기 설비를 통해 이뤄지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전열교환기는 2006년 '공동주택 환기설비 의무적용'이 법제화되면서 반드시 설치해야하는 장치로 실내외 환기 역할을 한다.
여기에 센서를 추가, 입주민이 신경쓰지 않아도 실내 공기질이 나빠지면(이산화탄소‧냄새 발생 등) 자동으로 전열교환기가 가동돼 환기가 이뤄진다. 다만 전열교환기는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때문에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헤파필터를 적용해 외부에서 유입될 수 있는 미세먼지를 차단한다.
이를 통해 오염된 실내 공기는 바깥으로 빼내고, 외부 공기는 미세먼지를 제거해 유입하면서 환기와 공기청정이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공기청정시스템이다.
GS건설이 개발한 공기청정시스템인 시스클라인도 시작은 비슷하다. 이 역시 전열교환기를 통해 환기한다. 주목해야 할 차별점은 전열교환기에 공기청정 기능(헤파필터를 통한 미세먼지 제거)을 더한 것이 아니라 공기청정기를 직접 연동시켰다는 것이다.
시스클라인 개발을 주도한 최성주 자이S&D ACS마케팅팀장(부장)은 "전열교환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공기청정 시스템은 집안 전체 공기를 정화하기 위한 환기 시간이 오래 걸려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실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를 자체적으로 제거하는 것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스클라인은 천장 빌트인 공기청정기와 전열교환기가 연동돼 있어 환기는 물론 공기청정기에 의한 미세먼지 제거도 이뤄져 시간도 짧고 미세먼지 제거 효과는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스클라인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부여하는 CA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 한평에 수천만원 아파트, 죽은 공간을 살려라
이처럼 시스클라인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공기청정기다. GS건설과 자이S&D는 시스클라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공기청정기 필요성을 느꼈고 직접 공기청정기까지 개발했다.
특히 이 제품은 천장에 빌트인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기청정 기능은 물론 공간 활용도까지 높였다. 기존 공기청정기가 갖고 있던 약점까지 보완해 입주민 입장에서는 공기청정과 공간까지 모두 확보하는 셈이다.
최성주 부장은 "최근 분양가를 보면 평당(3.3㎡)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기존 공기청정기로 인해 이런 몇천 만원짜리 공간이 활용되지 못하고 죽어있다면 이는 입주민 입장에서 손해"라며 "이를 고려해 공기청정기를 천장에 설치할 수 있는 빌트인으로 개발하며 차별화에 성공했고 이는 자이(Xi)의 품질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이S&D는 시스클라인에 들어가는 공기청정기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경기 성남시에 생산공장을 마련했고 상업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도 입주민을 위한 것이었다. 소비자 가격 부담은 덜면서 더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성주 부장은 "공기청정기를 생산하는 전자제품 업체를 통해 공급받을 수도 있었지만 이 경우 생산단가가 올라가는 등 입주민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더 나은 시스템을 제공하면서도 가격 부담은 적어야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또 우리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 품질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짓는 아파트 분양 시 시스클라인(옵션일 경우)은 60만원(시공비 포함) 선에 제공될 예정이다.
GS건설은 시스클라인을 통해서도 주거 문화를 선도하는데 있어 경쟁사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최성주 부장은 "최근 아파트 상품에는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홈네트워크를 비롯해 사물인터넷으로 묶일 여러 아이템이 중요한데 공기청정 시스템에 있어서는 시스클라인을 통해 경쟁사보다 우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