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성분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메디톡스가 균주 도용 및 제조공정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을 제소했는데 메디톡스 측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요. ITC는 지난 6일(미국시각 기준) 예비심사에서 '대웅제약에 대해 나보타의 10년 수입금지 권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일단 대웅제약은 이의 절차를 진행해 맞설 방침이지만 예비심사 결과가 최종 판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반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ITC가 오는 11월 6일 최종심사에서 예비심사와 같은 결정을 내릴 경우 대웅제약의 '나보타'는 미국 수출길이 막히는 동시에 국내에서 진행 중인 소송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메디톡스는 지난 2016년 퇴직 직원이 자사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문서를 절취해 대웅제약에 제공했다며 국내에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죠.
문제는 메디톡스의 소송전이 대웅제약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보툴리눔 톡신 시장 1위를 탈환한 휴젤과 그 외 다수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판매 및 수출에도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실 유난히 국내에서만 보툴리눔 톡신 제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앨러간, 멀츠, 입센 3곳만이 상용화에 성공할 정도로 균주 발견 및 배양이 어려운데 반해 국내는 현재 개발 중인 곳까지 약 20곳에 달할 정도죠.
즉 메디톡스 측은 자사의 균주가 누군가에 의해 여기저기 불법거래돼 개발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의학적 설명을 곁들여 보겠습니다.
보툴리눔 톡신은 A, B, C1, C2, D, E, F, G 등 8종류의 혈청형(serotype)으로 나뉘는데 의약품으로 개발된 건 현재 A형과 B형뿐입니다. A형 제제는 앨러간의 보톡스(Botox), 입센의 디스포트(Dysport), 멀츠의 제오민(Xeomin) 등이 있으며 B형 제제로는 미국의 솔스티스 뉴로사이언스의 마이오블록(Myobloc) 등이 개발됐죠. B형 제제인 마이오블록의 경우 2014년 수입이 중단됐고 현재 국내에는 A형 제제들만 시판 중입니다.
이 중 메디톡스가 개발한 메디톡신은 미국의 이반 홀 박사가 분리·동정한 ‘A홀 하이퍼’ 균주로 위스콘신대학과 앨러간, 메디톡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A홀 하이퍼’는 자연환경이나 생산공정에서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 ‘외생포자’인 점이 특징이죠. 반면 ‘ATCC3502’ 균주를 기반으로 한 ‘제오민’과 ‘디스포트’는 포자를 생성하는 ‘내생포자’로 생산공정에서 포자를 없애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관련 기사: 끝없는 '보톡스 전쟁'…포자 분석방식 두고 연장전]
그런데 다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염기서열을 밝히지 않고 있어, 메디톡스에서 유출된 'A홀 하이퍼‘ 균주가 아니냐는 의혹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 중 휴온스가 개발한 휴톡스, 동화약품과 제넨텍이 공동개발 중인 보툴리눔 톡신 제제는 ‘ATCC3502’ 균주라고 입장을 분명히 한 상태죠.
만약 메디톡스가 ITC 최종판결에서 승소하면 대웅제약 다음 타깃은 휴젤이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휴젤과 메디톡스 제품이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앞선 예측이긴 하지만, 만약 휴젤이 국내에서 균주 도용 문제로 발목을 잡히고 메디톡스의 품목허가 취소가 확정되면 ‘A홀 하이퍼’ 균주가 잡고 있던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ATCC3502’ 균주의 시대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다만 메디톡신은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유지돼도 1년 후에 재허가가 가능해 국내 시장을 재탈환할 수 있습니다.
일단 메디톡스는 이번 ITC의 판결 결과를 토대로 국내에서 진행 중인 민사소송과 서울지검에 접수된 형사소송에서도 승소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인데요.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메디톡스의 무허가 원액 사용 및 서류 조작에 이어 기업간 균주 도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국산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외에서 신뢰도 하락 등 불명예를 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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