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젤이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원조 보톡스를 누르고 지난 3분기 국내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휴젤의 ‘보툴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 17억 6000여 만 원을 기록하며 보툴리눔톡신 시장 1위에 올랐다. 원조 ‘보톡스’를 제외하고 국산 보툴리눔톡신 중에는 수년간 ‘매디톡신’이 1위를 지켜왔다. 그동안 국내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균주 출처를 두고 장기전을 벌이면서 매우 혼란스러웠다. 지난 1분기에는 엘러간의 ‘보톡스’가, 2분기에는 대웅제약의 ‘나보타’, 3분기에는 휴젤의 ‘보툴렉스’가 각각 1위 쟁탈전을 벌였다.
메디톡신은 지난해까지 12억 6000여 만 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산 보툴리눔 톡신으로는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한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메디톡스가 행정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 20일자로 품목허가 취소가 시행되면서 메디톡신의 3분기 매출은 2억여 원으로 급감했다.
메디톡신이 허가취소 처분에 골머리를 앓는 사이 2분기에는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28억여 원으로 시장 1위로 등극했다. 그러나 대웅제약 역시 메디톡스와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지난 7월 '나보타'의 10년간 수입금지 결정이 내려졌고 3분기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반면 메디톡스의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이노톡스’는 매출이 급증했다. 지난해 1억 4000여 만 원에 불과했던 이노톡스는 올해 3분기 16억4000여만 원으로 2위 자리에 올랐다. 메디톡스가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를 대체하기 위해 ‘이노톡스’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노톡스를 ‘메디톡신’과 스위칭(처방 변경)하는 데 나름 성과는 올린 셈이다.
이 틈을 타 가장 이득을 본 건 단연 ‘휴젤’이다. 휴젤의 ‘보툴렉스’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면서 원조 ‘보톡스’까지 누르고 3분기 매출 1위에 올라섰다.
한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전쟁도 서서히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당초 지난 6일로 예정됐던 ITC 최종판결은 지난 19일로 미뤄졌다가 오는 12월 16일로 또다시 연기됐다.
이 사이 휴젤은 지난달 중국에서 보툴렉스(중국 제품명 : 레티보)의 판매 허가까지 승인받았다. 앞서 지난 2018년 2월 휴젤보다 먼저 허가 신청을 냈던 메디톡스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휴젤은 2021년에는 유럽, 2022년에는 미국 진출을 계획 중이다.[관련 기사: [인사이드 스토리]휴젤, '꽃길'과 '가시밭길' 사이에 서다]
업계에서는 희비가 갈린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을 두고 복잡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다툼으로 해외에서 국산 보툴리눔톡신의 신뢰도가 떨어질까 우려된다”며 “휴젤이 어렵다는 중국 보툴리눔 톡신 시장 진출에 성공한 만큼 다른 국산 보툴리눔톡신들도 힘을 얻고 해외 시장 진출에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이큐비아 데이터는 의약품 시장에서 제품군 시장 변화를 분석하는 데이터로 많이 활용됩니다. 다만 특정 패널 요양기관의 유통 자료를 토대로 매출을 집계해 해당 제품의 전체 매출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