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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보톡스 전쟁'…포자 분석방식 두고 연장전

  • 2019.10.16(수) 16:09

대웅제약‧메디톡스, 균주 분석 결과 상이
결국 내년 10월 ICT 최종 판정서 판가름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출처를 두고 다툼을 벌여온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연장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메디톡스는 자사 균주가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국내 포자감정에서 대웅제약의 균주가 포자를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메디톡스가 포자검증 방식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메디톡스 균주 역시 대웅제약의 포자검증 방식으로 시험해보니 포자를 생성했기 때문이다.

앞서 메디톡스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지난 9월 20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했고 뒤이어 대웅제약이 10월 11일 반박보고서를 제출했다. 메디톡스는 미국 노던 애리조나대 폴 카임 교수, 대웅제약은 미국 미시건대 데이빗 셔먼 박사에게 균주 분석을 의뢰했는데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 메디톡스 "우리도 포자 형성…공동 기원"

먼저 메디톡스는 폴 카임 교수의 보고서를 인용해 자사 균주를 훔친 게 맞다는 주장을 확고하게 내세웠다. 대웅제약의 포자검증 방식으로 메디톡스 균주를 시험한 결과 자사 균주 역시 포자를 생성했고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도 다른 보툴리눔 톡신 제제와 비교했을 때 매우 흡사했다는 주장이다.

폴 카임 교수는 IT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균주의 유전적 진화 과정을 보면 특정 연구실의 보툴리눔 균주가 공동 기원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홀A하이퍼 균주인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모두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균주는 다른 보툴리눔 균주들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보다 더 가깝게 일치했으며, 메디톡스 균주와 대웅제약 균주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혈통을 가지고 있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홀A하이퍼 균주가 동일하게 공통의 유전적 변이(SNPs)를 보였고, 대웅제약 균주가 한국 자연환경에서 분리동정됐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 대웅제약 "유전자 차이 입증…근원 달라"

반면 대웅제약은 자사와 메디톡스 균주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으로 서로 다름이 명확하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대웅제약 측 전문가인 데이빗 셔먼 박사의 분석결과 두 균주는 열처리, 혐기, 호기, 배양기간 등 총 18가지 조합의 시험조건에서 오직 8개 조합에서만 일치했으며 나머지 조건에서는 모두 불일치했다는 것이다.

▲대웅제약이 지정한 전문가가 양사의 균주를 다양한 조건에서 포자형성 시험을 진행한 결과 붉은색 화살표로 표시된 부분에서 포자형성 특성이 다르게 나왔다.(사진 제공=대웅제약)

이에 대해 메디톡스 측 폴 카임 박사는 양사 균주 유전자에서 보이는 일부 차이는 균주의 증식과정에서 나타난 돌연변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셔먼 박사는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의 직접 비교분석에서 나타난 수많은 차이는 단순 계대배양 과정에서 생기는 돌연변이일 수 없으며 양사의 균주가 별개의 근원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이라고 재반박했다.

특히 셔먼 박사 시험결과 양사 균주의 유전자 염기서열 중 하나인 16s rRNA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16s rRNA 유전자는 매우 안정적으로 느리게 진화하므로 이 유전자 서열이 서로 다를 경우 균주의 근원도 다르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자사의 홀A하이퍼 균주는 그동안 어떤 조건에서도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던 입장을 번복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 포자생성 유무는 관점 차이…둘 다 '외생포자'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분석 결과에 차이가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는 분석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메디톡스는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eucleotide Polymorphism, SNP), 대웅제약은 전체 유전자 서열(Whole Genome Sequencing, WGS) 방법으로 분석했다. 다만 법률대리인 외에 전체 분석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누구의 말이 더 정확한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짚어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은 포자 생성의 유무다. 메디톡스는 왜 이전까지 자사 균주가 어떠한 환경에서도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대웅제약과 같은 시험을 해보니 포자를 생성한다고 말을 바꿨을까.

그 이유는 양측의 포자 생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은 균주를 사멸 위기에 이르는 특정 환경에 노출시켰다. 균주는 그 특성상 사멸 위기에 놓이면 단독으로 발아해 새 개체를 만든다. 평소에는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 균주더라도 생존을 위해 포자를 생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본래 포자를 갖고 있지 않지만 극한의 환경에서만 포자를 생성하는 경우를 '외생포자', 환경변화에 내성이 있어 늘 포자를 생성하는 경우를 '내생포자'로 분류한다.

정리하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일반적인 자연환경이나 생산공정에서 포자를 생성하지 않는 외생포자다. 국내 출시한 보툴리눔 균주 중 '내생포자'는 멀츠와 휴온스의 ATCC3502 균주가 대표적이다. 포자를 생성하는 균주는 안전성을 위해 생산공정에서 포자를 없애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평상시 포자를 생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이 없다. 포자 생성유무를 걸고 진행했던 국내 소송은 결국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결국 국내 민사소송의 승패는 ITC 판결에 달렸다.

◇ 내년 10월 ITC 소송 최종 판정에서 판가름

두 회사의 보톡스 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해 다른 결과를 낸 만큼 ITC에서 추가로 분석보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만 메디톡스에는 또 다른 문제가 걸려 있다. 메디톡스는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탈취했다며 불공정 행위로 제소했다. 메디톡스의 균주가 대웅제약과 동일하더라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의 '유출' 및 '도용'은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 민사소송도 ITC 판결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보톡스 전쟁은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ITC 재판은 내년 2월 처음 열리며 이후 5월 예비판정, 10월 최종 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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