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를 상대로 '집행검'을 빼 들었다. 카카오게임즈가 지난달 출시한 게임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대표작 '리니지2M'을 모방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엔씨가 카카오게임즈뿐 아니라 게임업계에 만연한 '리니지 라이크(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에 대해 대외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민사)을 접수했다. 엔씨는 "아키에이지 워가 장르 유사성을 벗어나 '리니지2M'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업계는 엔씨의 이번 법적 움직임이 당장 재무적 이익으로 돌아오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법적 다툼이 결과로 나오려면 수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엔씨는 2021년 웹젠의 게임 'R2M'이 '리니지M'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아직까지 1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일부 게임사들은 매출이 잘 나오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을 출시해 돈을 바짝 벌다가 문제가 생기면 시간을 끌다가 적절하게 합의하고 게임 업데이트를 통해 다른 게임으로 바꾸고 논란에서 빠져나오면 이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반면 엔씨가 법원에 서비스 중지 가처분신청 등을 하지 않았기에 당장의 소송으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아키에이지 워를 상대로 '견제구' 효과가 있을 것이란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우리 게임사도 자유로울 수 없는데, MMORPG 시장에 '리니지 라이크'라는 게 생겨버렸다"며 "다른 리니지 라이크 게임과 달리 아키에이지워 매출 순위가 리니지 시리즈 근처까지 오니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아키에이지 워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매출 3위에 올랐다. 엔씨의 '리니지M'이 1위, 2위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다.
엔씨의 리니지W, 리니지2M은 각각 5위와 6위에 포진하는 등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국내 게임 시장을 평정한 상태다. 사정이 이런 까닭에 '닮은꼴 게임'이란 딱지를 붙이면 적어도 게임 이용자 대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으로 과거에 리니지 개발을 이끌면서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를 엔씨가 정면으로 겨냥했다는 평가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만연한 현 상황에서 엔씨가 저작권 범위에 대한 법적 평가를 얻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어느 정도까지가 장르 유사성이고, 이용자 편의성 관점에서나 시대 트렌드에 따라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엔씨가)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 아니겠냐"며 "업계 종사자 누가 봐도 리니지 라이크가 많은 상황이므로 카카오게임즈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 전체를 상대로 '적당히 하라'며 메시지를 날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엔씨의 공식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다. 엔씨는 "지식재산권은 장기간의 연구개발(R&D)을 통해 만들어낸 결과물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하는 기업의 핵심 자산"이라며 "이번 법적 대응은 엔씨 지식재산권 보호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게임 콘텐츠 저작권 기준의 명확한 정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리니지는 '리니지 라이크'라며 대충 넘어갈 수 있는 게임 장르가 아니라 보호받아야 하는 지식재산권이라는 주장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현재까지 명확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