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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U+ 신사업은 강릉해변에서…워케이션 가보니

  • 2023.05.26(금) 10:00

워케이션 오피스 'U+토피아' 오픈 백일
팀 단위로 강릉 모여 신사업 '뚝딱뚝딱'

안목해변./GIF=김동훈 기자

[강릉=김동훈 기자] 서울역에서 강릉역까지 기차로 2시간, 차량으로 10분가량 더 달리면 길이 500미터(m), 2만제곱미터(㎡·약 6050평) 규모 백사장을 품은 안목해변이 나온다. 겨우 2시간 만에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탁 트인 푸른 바다, 하얀 모래를 볼 수 있는 셈이다.

그런데 횡단보도 한 번만 건너면 안목해변에 발을 디딜 수 있는 곳에서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워케이션'을 하고 있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동시에 하는 새로운 업무 제도를 뜻한다. 지난 24일 LG유플러스의 워케이션 오피스 'U+TOPIA'(유플러스토피아)를 찾았다.
신사업 인큐베이터 'U+TOPIA'

"반복되는 일상에서 공간이 주는 효과를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사무공간 앞에 있는 바다만으로도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샘솟는 것 같네요."(IT최적화팀 직원)

"오늘이 강릉에서 마지막 날이네요. 직장 생활 10년간 가장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능률과 창의성도 올라갔구요!"(웹3 전략팀 직원)

"일은 바빴지만 일을 하면서 힐링이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놀이마당 스쿼드 직원)

LG유플러스가 안목해변 인근에 마련한 워케이션 오피스 내부 모습이다./사진=김동훈 기자

LG유플러스의 워케이션 오피스는 지난 2월 개소해 약 100일이 지났다. 특정 팀 멤버 모두 워케이션 오피스로 이동해 월~금 4박5일가량 특정 업무에 집중하는 곳이다. 일하는 곳이 달라졌을 뿐인데,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동안 이곳을 다녀간 직원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을 보면, 일과 휴가를 병행한 직원들의 색다른 경험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특히 노는 곳이 아닌 일터로 기능했다는 인상이 강했다. 실제로 이곳을 거친 직원들은 플랫폼, 콘텐츠 등 신사업 관련 신규 아이디어와 개선 방안을 12개나 도출했다고 한다. 

회사 관계자는 "워케이션 오피스는 LG유플러스의 신사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며 "메타버스플랫폼, 스마트모빌리티플랫폼, 커머스플랫폼, 펫타매스스쿼드 등 5개 조직의 아이디어는 실제 서비스에 적용되거나 반영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직원이 남긴 워케이션 이용 후기./사진=김동훈 기자

지난 14일 LG유플러스가 새롭게 선보인 SNS '베터'도 워케이션을 통해 탄생한 것이다. 김주영 LG유플러스 PM(Project Manager)은 "워케이션 프로그램이 플랫폼의 전략을 설정하고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워케이션 프로그램에 테스트 데이터, 이용자 설문, 콘텐츠 데이터 등 모든 데이터를 가지고 가서 팀원들과 3박4일 동안 이를 분석하고 전략을 다듬었다"고 말했다. 

좁은 회의실을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회의를 진행하고 퇴근 후에도 팀원들과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분위기 속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니 다양한 아이디어와 함께 개발, 기획, 디자인 등 합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단순 '놀크샵'(놀기+워크샵)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내외부 협력도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콘텐츠 사업을 담당하는 IP사업팀은 향후 웹툰 제작사, 콘텐츠사 등을 초청해 워케이션에 참석할 계획이다.

소나무 사이로 LG유플러스의 워케이션 오피스가 보인다. 커피숍으로 오인한 관광객들이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려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사진=김동훈 기자

LG유플러스는 왜 워케이션을 시도했을까

LG유플러스가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는 간단하다. 직원의 긍정적 경험이 고객의 긍정적 경험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이른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와 같이 '힙'한 업무환경으로 유명한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취업준비생의 인기를 끄는 현상에 적극 대응해 우수 인재를 얻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인치원 LG유플러스 즐거운직장팀장은 "요즘 인재들은 LG,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만 고집하지 않는다"며 "워케이션은 일종의 직원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만 '네카라쿠배' 일부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시도했던 원격근무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며 최근엔 출퇴근 업무방식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LG유플러스의 워케이션은 '뒷북'이란 지적도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인 팀장은 "LG유플러스는 재택근무를 유지해도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원격근무에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기업들과 달리 장기간 이같은 업무방식을 추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가 마련한 워케이션 오피스 업무 공간에서 창밖을 보면 소나무와 바다가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직원 만족도 향상과 새로운 업무방식을 향한 '진심'이 담긴 프로그램인 만큼 워케이션 장소 '유플러스토피아'란 명칭도 직원 1만명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라고 한다.

준비 기간도 길었고 노력도 상당했다. 작년 7월부터 워케이션 도입을 검토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네카라쿠배',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워케이션을 살폈다.

워케이션 관련 업체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답사도 했다. 대부분 카페 같은 곳과 숙소를 제공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일반 카페에서 직원들이 일하게 되면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자사 직원이 전용으로 쓰는 단독 공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그래서 나왔다. 최적의 장소 물색에 나섰다. 인치원 즐거운직장팀장은 "워케이션 장소를 찾기 위해 제주, 부산, 강원 등 안 가본 곳이 없다"며 "팀 단위의 업무가 가능하면서 숙소도 인접하며 주변 경관만 봐도 '와우' 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았다"고 했다.

LG유플러스 워케이션 오피스에서 횡단보도를 한번 건너면 안목해변이 보인다./사진=김동훈 기자

이에 따라 강원 안목해변 워케이션 오피스는 팀 단위의 업무가 가능한 곳으로 선정하고, 곤지암 리조트 인근 워케이션 오피스는 개인 단위의 구성원이 업무를 한 뒤 가족과 시간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등 '투트랙'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곤지암 워케이션 오피스는 당초 애견 호텔로 쓰인 복층 건물을 개조했다. 낮에는 한적한 호수를 바라보며 일하고 퇴근 이후엔 가족과 스키를 타거나 영화관, 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강릉 워케이션 오피스의 경우 자연을 테마로 잡았다. 대형 식물을 사무실 곳곳에 배치하고 갈매기 모양 전등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구성했다. 아울러 일하다 고개를 들어 창문을 응시하면 해송(海松)과 바다가 보이도록 했다. 인테리어는 직원 평가를 반영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다만 워케이션 오피스가 자칫 놀기 좋은 공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해 단기 성과를 내야 하는 신사업 태스크포스팀(TFT) 위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참여하는 팀들도 워케이션에 신청할 때부터 단기간에 최대한 업무에 집중하고 여가를 즐기기 위해 촘촘한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LG유플러스의 워케이션 오피스(오른쪽)와 숙소(왼쪽)는 도보 기준 1분이 채 소요되지 않는 거리에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편의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직원 숙소로 쓰이는 호텔은 도보로 1분이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있다. 숙소에서 쉴 때는 '힐링'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모두 오션뷰에 고층으로 임대했다.

또한 워케이션 오피스는 오후 6시 이후엔 문을 닫는다. 이후 직원들은 회사가 고용한 워케이션 코디네이터의 안내를 받아 안목해변 맛집에 들어 식사하고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기도 한다. 업무 몰입과 충분한 휴식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신사업 조직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의 참여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워케이션 참여 경쟁률은 최근 6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부서 특성상 참여할 수 없는 곳에선 불만이 나올 정도다. LG유플러스에 존재하는 600개 이상 팀 모두가 연내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이번 프로그램을 올 상반기까지 파일럿 형태로 운영하고, 하반기부턴 이를 더욱 개선해 운영할 방침이다.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기획한 정지현 'Agile&Talent' 담당(상무)는 "고객에게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일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는 취지로 워케이션을 준비했다"며 "앞으로도 임직원이 동료와 일하고, 업무에 대해 몰입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문화 프로그램과 일하는 방식을 선보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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