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통신시장에 '제4 이동통신사' 유치 카드를 또 꺼내 들었다. 국가 자원인 주파수 가격을 역대 최저치로 낮추고 망 구축 의무도 대폭 줄였다.
그러나 앞선 실패 사례와 투자부담 등으로 시장에선 회의론이 짙다. 할당 주파수의 서비스 상용화가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지는 데다 규제 일변도인 국내 통신업 특성상 '메기'가 출현할 환경이 못 된다는 이유에서다.
'역대 최저가격·망 구축의무', 작심한 정부
정부가 이달 공개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의 골자 중 하나는 제 4통신사에게 3년간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5세대 이동통신) 전용 주파수를 제공하는 것이다. 28㎓ 대역은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속도가 최대 20배 빠르다. 여기에 정부는 28㎓ 주파수를 제어할 수 있는 앵커 주파수(700㎒ 또는 1.8㎓ 대역)도 함께 할당할 계획이다.
초기 투자 비용을 대폭 줄여 신규 진입 장벽을 완화한 게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주파수 할당 대가가 시장 진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저경쟁가격을 740억원으로 산정하고 망 구축 의무도 6000대로 낮췄다. 지난 2018년 5G 주파수 할당 당시 2072억원의 최저경쟁가격과 사업자당 1만5000대의 망 구축 의무를 부과한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조건이다.
주파수 이용기간도 기존 10년에서 5년으로 줄여 총 주파수 이용 비용을 낮췄다. 할당대가 납부 방식도 사업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년차에 총액의 10%만 납부하고 이후 점증 분납하도록 했다.
또한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는 타사 네트워크를 공동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용자가 많은 수도권 지역부터 망을 구축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투자 부담 경감 차원에서는 최대 4000억원 상당의 정책금융과 세액공제, 단말유통 등도 지원한다.
앞선 7번의 실패...왜?
정부의 제4 이동통신사 선정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내 통신시장이 3사 중심의 독과점 체제로 굳어져 사업자 간 품질 및 요금 경쟁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통신시장 점유율은 SK텔레콤(40.1%), KT(22.3%), LG유플러스(20.7%)순이며, 알뜰폰(16.9%)이 이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런 배경에 정부는 2010년부터 7차례나 제4 이동통신사를 선정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이 재무능력이나 사업계획의 구체성에서 모두 기준선을 채우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다를까. 통신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의 유인책이 새 사업자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서다.
먼저 전면에 내 건 28㎓ 주파수는 아직 국내에서는 서비스 구현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 주파수는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은 데다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져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용으로 서비스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내에는 28㎓를 활용하는 스마트폰도 없다. 앞서 이통 3사가 이 주파수 대역을 포기한 것도 이런 사업상의 한계 때문이었다.
초기 투자 비용도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다. 최저경쟁가격 및 점증분납 도입, 타사 네트워크 이용이란 당근책이 주어졌지만 결국 모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여기에 이통 3사의 기존 카르텔이 견고한 상황에서 이를 뚫기 위한 마케팅 비용은 또 다른 문제다.
"투입비용 대비 수익 커야…더 큰 유인책 필요"
통신업계 관계자는 "28㎓는 도달거리가 짧아서 초기에만 몇천억원을 투입해야 하고, 어느 정도 구축을 한다고 해도 B2B(기업과 기업 간 거래) 모델로서 어떻게 수익을 발생시킬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몇 가지 지원책만으로 상용성 자체가 떨어지는 사업에 얼마나 많은 기업이 뛰어들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업이 규제산업인 만큼 향후 정부 정책에 따라 수익성이 갈릴 가능성도 신규 사업자에겐 리스크다. 다른 관계자는 "초기에 (비용) 희생을 하더라도 이후 수익이든 기업 이미지 개선이든 돌아오는 게 크면 유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같은 규제 일변도에서 통신업은 많이 벌어도, 적게 벌어도 (정부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는 새 사업자가 출현하더라도 지금의 경쟁구도를 뒤집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이번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일단은 새 플레이어 하나가 더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보면 된다"면서도 "하지만 단순히 제 4통신사의 등장만으로 지금의 과점체제를 바꿀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이를 바꿀 차별화된 통신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려면 새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편익이 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국내 이통사만 4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