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경쟁할 제4이동통신사는 탄생할 수 있을까. 시장의 우려를 깨고 정부의 5세대(5G) 이동통신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할당을 신청한 법인 3곳이 모두 1차 관문인 서류심사를 통과하면서 결실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부 빠른 심사…남은 관문은 '주파수 경매'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 컨소시엄),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컨소시엄) 등 3곳은 정부의 5G 28㎓ 주파수할당 서류심사에서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마감 이후 20여일 만으로 최장 한달로 명시한 심사 계획보다 빠르게 결과가 나왔다.
남은 건 주파수 경매뿐이다. 낙찰된 사업자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 5G 28㎓ 신규사업자로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정부의 출연 의지가 확고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시장에서는 과거 실패 사례 등으로 회의론이 컸던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가 예상한 것보다 빠르게 나왔다"며 "남은 절차가 있어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지만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파수 경매는 이달 25일 과기정통부가 진행한다. 단독입찰이 아니기 때문에 최종 사업자가 되려면 주파수 경매 참여를 위한 가격경쟁에서 이겨야만 한다. 전파법 제10조 등에 따라 1단계 경매는 한번 이상의 입찰과정(라운드)을 거치는 '다중라운드 오름입찰' 방식인데 최대 50라운드까지 시행한다. 여기서 낙찰자가 결정되지 못하면 2단계 경매인 '밀봉입찰'이 이어진다. 가장 높은 금액을 써 낸 사업자가 승자가 되는 것이다.
이번 주파수 할당 신청은 모두 전국 단위로 최저경쟁가격은 742억원이다. 업계는 최대 1000억원을 베팅 한도로 점치고 있지만 과도한 출혈 경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은 앞서 지난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가 연 기자간담회에서 "만일 공동으로 올라가면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을 쓰게 된다"며 "다른 신청 사업자가 743억원을 쓰면 경매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소 2000억 필요…비용보전 시 추가지원 불가피"
시장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의지대로 제4이통사가 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빅3' 체제를 깰 만큼 성공적인 신규사업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어서다.
최종 사업자는 주파수 할당 이후 3년간 전국에 6000대의 28㎓ 기지국 장비를 구축해야 한다. 28㎓ 장비 1대 구축 비용이 업계 추산 3000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800억원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물론 이에 수반되는 부동산 비용이나 공사·운영비는 별도로 투입해야 한다.
이미 주파수 낙찰가(최저경쟁가격)와 할당대가, 망 구축의무 등이 대폭 줄어 진입장벽이 낮아진 상태이지만, 초기 막대한 투자 비용 탓에 정부가 향후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여기에 신규 사업자가 사업 과정에서 비용보전을 우선할 경우 과점 구조 개선이나 가계통신비 인하 같은 당초 목표는 요원해진다.
외국의 실패 사례를 참고할 필요성도 있다. 일본 라쿠텐 그룹의 자회사인 라쿠텐모바일은 2019년 말 신규 이통사로 등장해 2020년 전국망을 구축하고 LTE(4세대 이동통신)에 이어 5G까지 상용화했지만 이후 적자를 지속해 빚더미에 올랐다. 이에 그룹의 누적적자는 7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민간 싱크탱크로 분류되는 자유기업원은 이달 8일 논평에서 "제4이통사의 '적정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정책자금 지원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정책금융 회수는 불가능해지고, 시장 퇴출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구조조정 비용까지 모든 부담은 결국 국민 혈세와 소비자의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