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생겨난 재밌는 신조어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체중이 늘어난 사람을 일컫는 '확찐자'가 있는데요. 코로나 '확진자'에서 '진'을 '찐'으로 바꾸면서 살이 확 '찐'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 살쪄서 기존에 입을 옷이 작아졌다는 의미와 자가격리의 합성어로 '작아격리'라는 신조어도 생겼죠.
제약업계에서도 작명 센스가 돋보이는 의약품들이 있습니다. 베나치오, 모카프텐, 코메키나 등입니다. 무슨 약인지 짐작이 가십니까? 해당 약들은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인데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약들
동아제약의 '베나치오'는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식사 후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먹는 소화제로, '배가 낫지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코메키나'는 코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 완화효과가 있는 대웅제약의 복합 비염치료제입니다. 첫 글자 '코'는 비염증상이 발병하는 신체 부위를 나타내고 '맥히나'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으로 출시 단계에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죠. '코메키나' 제품명에는 숨겨진 비밀이 또 있습니다. 바로 두 번째와 세 번째 글자인 '메키'는 약품의 주요성분인 '메퀴타진(Mequitazine)'에서 따왔습니다.
메퀴타진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클로르페니라민, 디펜히드라민과 같은 세대 약물 대비 졸음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코메키나는 여기에 무수카페인을 추가해 졸음 부작용을 억제했습니다.
또 '목 아플 땐'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는 '모가프텐'은 인후염 통증을 완화하는 일반의약품입니다. 정식 제품명은 '모가프텐트로키'로 여기서 '트로키(throche)'는 사탕처럼 빨아 먹는 제형을 뜻합니다. 이 제품은 동화약품에서 출시했습니다. 동화약품은 속쓰림약인 '소가프텐(속 아플 땐)', 알레르기성 비염약 '코마키텐(코 막힐 땐)' 등 의약품 특성별로 비슷한 작명 시리즈를 선보여 흥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의약품은 약국에서 환자들이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재미있고 기억하기 쉽게 이름을 짓습니다. 실제로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코메키나는 출시연도인 2018년 2~4분기 항히스타민제 복합제 부문 판매량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09년 출시한 베나치오는 지난해 기준 1.1초당 1병이 판매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 잡은 '제네릭' 작명 효과
일반의약품은 환자들이 직접 구매하기 때문에 재치있는 제품명을 사용하지만 전문의약품은 직접 처방하는 의사들이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성분명이나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품명과 유사하게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전문의약품 중에서 제품명으로 논란이 됐던 의약품이 있습니다.
바로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의 제네릭의약품(복제약)입니다. 비아그라의 물질 특허가 만료되자 국내 제약사들은 앞다퉈 복제약 제조 및 판매에 나섰습니다.
비아그라 제네릭으로는 '스그라(비씨월드제약)', '자하자(동광제약)', '세지그라(하나제약)' 등이 허가를 받았지만 선정적인 이미지를 연상시켜 보건당국 규제 아래 각각 '실비에', '데나그라', '푸로그라' 등로 이름을 바꿨고 시장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죠.
반면 한미약품은 '팔팔하게'라는 의미를 담은 '팔팔'이라는 이름으로 제네릭을 출시, 오리지널 비아그라를 꺾고 지난 10년(2013~2023년)간 국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미는 팔팔의 성공을 이어 2015년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의 특허가 풀리면서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 '구구'를 내놓았습니다. '99세까지 팔팔하게'라는 슬로건으로 팔팔은 지난해 매출 472억원, 구구는 100억원을 넘겼습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효능효과를 바로 짐작할 수 있는 제품명은 처방하는 의사나 직접 구입하는 환자 및 일반인들에게 각인되기 쉽다"면서 "제품명에 따라 마케팅의 희비가 갈리기도 하는 만큼 작명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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