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사진)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한미약품그룹 경영복귀 의사를 밝혔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한 후 임종윤 사장이 한미약품 대표, 임종훈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대표에 올라 한미 100년 역사를 직접 이끈다는 구상이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지난 8일 한미사이언스에 오는 3월 개최 예정인 정기주주총회에서 임종윤 사장과 임종훈 대표를 포함한 새 이사 후보자 6명의 선임 안건을 상정하는 내용의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상법상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 형제는 각각 한미사이언스 지분 12.12%, 7.20%를 보유하고 있다.
두 형제가 주주제안권을 행사한 이유는 제약산업에 전문성을 갖춘 이사진을 보강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나아가 한미약품그룹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송영숙 회장 등 총 4명이 맡고 있는데 모두 제약산업과 관련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재하다는 게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설명이다.
특히 두 형제는 현 경영진이 지난달 OCI그룹과 통합 계약을 맺음으로써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지난 1월 OCI홀딩스가 구주 및 현물출자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확보하는 내용의 그룹 간 통합 계약을 체결했다. 두 형제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임종윤 사장은 "현 경영진은 OCI그룹과 피인수합병 결정으로 한미사이언스의 지주사 지위까지 상실되게 방치했다"며 "지주사 지위 상실 시 한미사이언스는 단순 한미약품 주식 40%와 현 헬스케어 사업 등의 기업가치만 인정받는다. 이는 대략 현 주가의 67%인 2만5000원 수준으로 선의의 주주들이 입는 직접 손실액 피해 역시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한미사이언스의 이사회를 장악한 후 각각 한미약품 대표,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고 OCI그룹 등 외부의 개입없이 한미약품그룹 100년 역사를 직접 이끈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펜데믹 이전인 2018년 수준까지 회복한다고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두 형제는 정기주총 전까지 충분한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두 형제가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총 28.4%로 송영숙 회장 외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31.9%보다 낮다. 여기에 공익재단인 가현문화재단(한미사이언스 보유지분 4.9%)과 임성기재단(3.0%)이 송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면 두 형제는 표대결에서 밀려날 수 있다.
다만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한미사이언스가 OCI그룹과 통합 결정으로 인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돼 공익재단의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는 입장이다. 또 비오너일가 중 최대지분을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이 본인들의 뜻에 공감해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종윤·종훈 형제는 "이번에 행사한 주주제안의 목적은 단순한 이사회 진입이 아니라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주사와 자회사의 각자 대표이사로 한미약품그룹을 경영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선대회장의 유업인 전통과 혁신의 한미 신약개발 역사가 불손한 외부세력으로부터 훼손되는 것을 막고 한미 100년을 위해 흔들림 없이 이어나아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