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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루다' 넘을 K-면역관문억제제 나올까

  • 2024.06.25(화) 06:00

LG화학·유한양행·에이비엘 등 개발 나서
"새로운 원리 약물…차별성 확보 가능"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차세대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다양한 암종에 걸쳐 우수한 약효를 낼 수 있는 데다 표적항암제 등과 함께 투여하면 치료효과를 증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에서 면역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면역관문 수용체(LILRB1)를 억제하는 원리의 면역항암제 'LB-LR1109'의 임상 1상 시험을 시작했다. 비소세포폐암 등의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2027년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면역관문 수용체는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반응을 막는 일종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데, 암세포는 이 수용체에 결합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회피하는 성질이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관문 수용체와 만나지 못하도록 결합통로를 사전에 차단해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원리로 암을 치료한다.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이뮨온시아와 면역관문 수용체 두 곳(PD-L1, TIGIT)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항체 기반의 면역항암제인 'YH41723'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암학회에서 기존 약물보다 우수한 효능을 나타낸 전임상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유한양행과 다른 면역관문 수용체(PD-L1, LAG-3) 두 곳에 작용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L501'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이처럼 면역관문억제제를 개발하는 이유는 시장성이 크고 표적항암제와 함께 투여하면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는 등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면역관문억제제인 머크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는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250억달러(34조7400억원)를 기록하면서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를 밀고 판매액 기준으로 전 세계 1위 의약품에 등극했다.

키트루다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암종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키트루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등 총 20개 암종에 걸친 40개 적응증을 확보했다. 

지난해 키트루다는 FDA로부터 특정 바이오마커(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를 나타내는 모든 고형암종에 대한 적응증을 허가받기도 했다.

머크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등과 키트루다를 함께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낮은 반응률 등의 단점을 극복하고 새로운 암종에서 치료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키트루다가 현재 보유한 전체 적응중 중 다른 약물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은 17개에 달한다.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들과 경쟁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치료제보다 약효가 세거나, 낮은 반응률 등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원리의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이 개발 중인 면역관문억제제는 키트루다와 달리 T세포뿐만 아니라 자연살해(NK)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LILRB1과 결합해 기존 면역관문억제제보다 더 강한 면역세포 활성화 기능을 낼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는 면역관문 수용체 두 곳에 결합하는 원리로 PD-L1만을 억제하는 로슈의 '티쎈트릭(아테졸리주맙)', 머크의 '바벤시오(아벨루맙)'보다 강한 면역세포 활성화 기능을 낸다는 계획이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은 PD-1과 LAG-3 수용체에 결합하는 두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투여한 임상에서 PD-1 단일 타깃약물(옵디보)보다 환자들의 암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한 기간(PFS)이 두 배 이상 연장된 결과를 확인한 바 있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은 2022년 401억달러(55조7400억원)에서 연평균 16.8% 성장해 2032년 1894억달러(263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 개발 중인 면역관문억제제는 키트루다나 옵디보 등과 다른 면역관문 수용체를 억제한다"라며 "이는 기존 약물이 가진 낮은 반응률이나 높은 내성과 같은 한계를 해결할 수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차별성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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