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T세포 인게이저'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T세포 인게이저는 암세포와 면역세포인 T세포를 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원리로 암을 치료하는 이중항체 기반의 모달리티(약물이 약효를 내는 방법)다.
셀트리온은 현재 미국계 이중항체 개발사인 에이비프로코퍼레이션에 지분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월 신주 50만주를 주당 10달러에 매입하는 계약을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체결했다. 에이비프로코퍼레이션이 해당 SPAC과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하면 계약효력이 발생한다.
아울러 셀트리온은 에이비프로코퍼레이션의 다음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후보를 지명할 권리도 확보했다. 회사는 이중항체 개발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이수영 신약연구본부장(부사장)을 이사로 추천할 예정이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22년 에이비프로코퍼레이션으로부터 T세포 인게이저 치료후보물질 'ABP-102'의 글로벌 개발과 판매권리를 도입했다. 계약금액은 최대 17억6000만달러(2조37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바이오기업인 싸이런테라퓨틱스와 T세포 인게이저 치료제 공동개발계약을 맺기도 했다. 총 5개의 후보물질을 함께 발굴해 연구하는 내용으로 개발성과에 따라 최대 1조158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같은해 셀트리온은 싸이런테라퓨틱스의 지분 일부를 22억원에 사들이는 투자도 단행했다.
셀트리온이 이처럼 T세포 인게이저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약효나 환자 접근성 측면에서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세포 치료제 등을 뛰어넘을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처음 허가를 받은 T세포 인게이저 치료제는 암젠의 '블린사이토'다. 혈액암 세포에 T세포를 연결키시는 원리의 약물로 지난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B세포 급성림프모구백혈병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블린사이토는 동일한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와 비교해 복잡한 제조과정 없이 즉시 투여가 가능하고 가격이 저렴해 환자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임상에서 킴리아와 유사한 약효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FDA의 허가를 받은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컬럼비'는 CAR-T 치료제의 입지를 더욱 매섭게 위협하고 있다.
컬럼비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투약 후 암이 완전히 사라진 환자비율(완전관해율)이 43%를 기록했다. 킴리아의 완전관해율(40%)보다 높은 수준인 데다 투약비용도 절반가량 저렴하다.
이에 사노피, 길리어드 등 다른 글로벌 빅파마(거대제약사)들도 T세포 인게이저 개발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베리파이트 마켓 리포츠에 따르면 글로벌 T세포 인게이저 치료제 시장규모는 지난해 28억5000만달러(3조8400억원)에서 연평균 35% 성장해 2030년 327억7000만달러(44조2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로 도약하기 위해 T세포 인게이저 등을 개발하는 유망 바이오텍(신약개발사)과 협력하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T세포 인게이저 개발과 관련한 추가적인 협력 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밝힐 수 있는 시기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